미국산 수입 중단했는데 돼지열병까지…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등

LI XINRU, China News Team
2019년 08월 26일 오후 9:17 업데이트: 2019년 08월 27일 오후 6:15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중단에 나선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21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어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킬 것을 지시했다. 리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돼지 생산을 안정시키고 돼지고기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양돈 부속 시설 부지의 15무(亩) 상한선을 없애 농가의 양돈을 지원한다”라고 발표했다.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총리까지 나선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본 양돈 농가는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돼지 열병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각 지역에서 돼지열병이 소리 없이 퍼지고 있는데도 전국의 전염병 상황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쓰촨 다저우(達州)의 양돈업자 천(陳)선생에 따르면, “주변의 양돈장은 모두 문을 닫았고, 가장 많이 죽은 곳은 1000여 마리나 죽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말로는 보상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으며 보상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있어 양돈업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처지”라며 “양돈 농가는 손실을 줄이려고 병사한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내다 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나타난 후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95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전후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대대적으로 확산하자 많은 양돈 농가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앞다퉈 도살 판매에 나섰고 돼지 열병은 급속도로 퍼졌다. 그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돼지는 2개월 분량밖에 안 된다고 우려했다.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양돈업자 창창(張强)은 ‘남방농촌보’에 현재 그의 돼지 농장은 암퇘지 수가 90% 감소했으며, 육용 돼지는 아예 없다고 전했다.

구이저우 퉁런(铜仁)에서 양돈업을 경영하는 옌(嚴)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양돈장에 돼지가 없다. 인구 30만 명이 넘는 구이저우의 스첸(石阡)현에는 겨우 7마리 돼지가 한정 공급됐다”면서, “구이저우의 화이화(怀化) 현도에서는 (돼지고기 한 근에) 25위안(약 4200원)이나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가 개학을 하면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 업계 종사자는 돼지 열병 확산에 따른 투매와 양돈업 철수를 돼지 생산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

주정융(朱增勇) 중국농업과학원농업정보연구소 부연구원은 ‘남방농촌보와 인터뷰에서, 만일 돼지 공급이 더 줄어들면 연간 돼지고기 수급이 5% 넘게 부족해지는데, 이는 대략 220만 톤 이상, 2500만 마리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장쑤성의 작년 돼지 출하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처럼 돼지 공급이 줄면서 각지 돼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19일 통계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최저 19위안(약 3200원)/kg이고, 가장 비싼 광시 취안저우(全州)는 30위안(약 5100원)/kg을 넘었다. 지난 2월 중순에는 9위안(약 1500원)/kg이었다.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뜸해졌다.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나 돼지 내장을 사가는 손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화타이(華泰)증권의 자회사인 화타이선물은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7월 돼지와 씨암퇘지 수가 또 최저치를 기록, 공급 부족이 확대됐다”며 “돼지 가격이 끝없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화촹(華創) 증권은 연말에 전국 돼지고기 가격이 30위안/kg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중국에서만 발생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올 들어서는 아시아 전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오는 28일 전국 양돈 농장을 대상으로 청소·소독 캠페인을 벌인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