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G7, 러시아 전승기념일 앞두고 對러 추가 제재 발표

남창희
2022년 05월 9일 오전 10:19 업데이트: 2022년 05월 9일 오전 10:19

미국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G7은 러시아 석유를 더 이상 수입하지 않기로 하고, 미국은 러시아 국영방송 3곳을 제재하기로 했다.

이날 추가 제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하는 러시아의 전승일을 하루 앞두고 내려졌다. 제제 발표 전 G7 정상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가졌으며, 이 회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G7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 석유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거나 금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시기적절하고 질서있는 방식으로 대체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금지했지만,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수입을 유지해왔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연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인 가운데 G7이 먼저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이는 러시아 경제의 주요 동맥에 큰 타격을 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박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G7의 수입 금지 조치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석유 생산기업 가스프롬이 빠졌다. 가스프롬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 국영방송 3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들 3사가 거둬들이는 광고수익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이유를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은 러시아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고 국가의 직·간접적인 통제를 받는 방송사 3곳을 제재할 것”이라며 채널-1, 로시야-1(러시아-1), NTV를 언급했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해당 방송사들의 최대 광고주는 서구 기업들이었다”며 “이들 3사는 지난해 3억 달러 이상의 광고 수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러시아에서의 사업 활동을 중단했지만, 미국 정부는 미국의 광고주들이 러시아에 선전하려 광고비를 내지 않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또한 미국의 개인·기업이 러시아인들에게 회계, 신탁, 기업 설립,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런 서비스는 러시아 기업과 특권층의 부를 창출시키고, 동시에 그 부를 숨기고 제재를 회피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푸틴의 전쟁 자금을 끊기 위한 조치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 이 기사는 에멜 아칸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