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 이어 인도·한국도 ‘5G’ 사업에 화웨이·ZTE 제외

2018년 09월 20일 오후 6:22 업데이트: 2019년 12월 2일 오후 10:10

9월 17일, 인도 통신부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와 ZTE를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자 후보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아루나 순드라라잔 인도 통신부 차관은 인도 영자지 이코노믹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정부기관에서 보안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해 중국 통신업체의 장비 수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순드라라잔 차관은 “우리는 이번 결정에서 화웨이를 제외했다”며,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와 우리와 파트너 관계를 맺은 통신서비스 공급자들에게 5G 기술 시범 테스트를 시작하자고 공문을 보냈고 그들도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우리나라에서도 SK텔레콤이 5G 통신장비 공급 우선협상 대상자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최종 결정 단계에서 화웨이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박종호 회장은 3월, 안전 문제상 화웨이의 사용은 우려된다고 코리아 헤럴드에 밝힌바 있다.

LG와 KT는 아직 5G 장비 파트너 선정 발표를 미루고 있지만, 화웨이에 대해서는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저렴하지만’ 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있어서다.

모든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5G 차세대 무선통신기술 시장 선점을 위한 각국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이 ‘중국제조 2025’ 등 국책 산업으로 키워온 화웨이, ZTE  같은 거대 기술기업이 안보상의 우려로 장비 공급자 경쟁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8월 23일, 호주 정부는 화웨이와 ZTE를 예정된 5G 관련 사업 하청기업 후보군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를 “호주의 정보 통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미국에서는 화웨이가 정부 사업에 입찰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5월 미 국방성은 미군 병사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화웨이와 ZTE 스마트폰의 기지 반입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중국 메이커가 통신 장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두 회사의 배제를 검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8월 20일 자 기사에서 러시아 정부 담당자가 국내 통신 장비 업계 관계자로부터 화웨이와 ZTE를 비롯한 외국 통신 설비의 수입을 금지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任正非·74)는 인민해방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여전히 중국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화웨이 2인자 쑨야팡(孫亜芳)은 과거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의 통신 분야에서 일했으며, 안전부의 주선으로 화웨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창립 때부터 군 산하 기업과 거래해 왔으며, 지금도 중국군과 여러 가지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와 미국 의원들은 ZTE도 중국공산당과 관계가 깊다고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다.

9월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미국 의원 보좌관은 ‘미 양당 의원들이 ZTE같은 중국 통신 기업을 미국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미국의 기밀을 절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인식하고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에서 중국의 군사 동향을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 ‘국제평가전략센터(IASC)’ 선임 연구원 리차드 피셔는 이 두 회사에 대해 “중국공산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손과 발이다. 그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놓지 말 것을 촉구했다.

시드니 맥쿼리 대학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연구하는 베이츠 길 교수는 코리아 타임스와의 9월 3일 자 인터뷰에서 “5G 네트워크는 어느 국가에나 중요한 인프라다”라며 “5G 네트워크상의 내부 정보에는 에너지 망, 교통, 수도, 금융, 은행 서비스 등 모든 기밀 정보가 포함된다. 거기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사는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길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기업과 시민에게도 당과 정부의 이익에 부합해서 행동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