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장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통화

남창희
2022년 04월 21일 오후 4:50 업데이트: 2022년 04월 21일 오후 4:50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20일(현지시각) 전화 통화로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국방장관 사이 첫 통화다.

미 국방부는 이날 짧은 성명을 내고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웨이펑허 국방부장이 양국 간 국방업무, 지역 안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논의했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양국 장관이 대만 문제와 지역 안보, 우크라이나 정세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역시 세부적인 내용은 없었고 분량도 미국보다 약간 많은 정도에 그쳤다.

양국 외교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중 간 회담은 성명이 짧을수록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AP통신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45분가량 통화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미 국방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핵 문제, 우주 분야, 사이버 분야에서 미중 간 전략 경쟁을 관리하고, 위기 시 소통 채널을 개선하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소식통은 “오스틴 장관이 중국의 군사 도발과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북한 핵무기 계획에 관해 언급하며 미국의 관심과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으며, 덧붙여 “오스틴 장관은 웨이펑허 부장과의 대화에서 별다른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통화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08년 설치한 양국 국방장관 간 통화 채널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채널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서 그 실효성에 불만을 나타내왔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취임 후 자신의 카운터 파트를 국방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 부주석으로 지정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관례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통수권은 중국 정부가 아닌 공산당 중앙군사위가 갖는다. 공산당의 실권 역시 공산당 서열 1위인 총서기가 아닌 중앙군사위 주석에게 있다. 역대 총서기들은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직해왔다.

따라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주석(총서기)를 제외한 중국 국방 분야의 최고 실권자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직접 소통하면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장은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서열 30위권 밖인 셈이다. 반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내각에서 서열 4위이다.

오스틴 장관 역시 이러한 중국의 권력구조를 알고 있기에 자신의 카운터 파트로 군사위 부주석을 요청하고 양국 간 통화 채널을 좀더 고위 수준으로 조정하려 한 것이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채널은 형식적인 창구로 남게 됐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이날 웨이펑허 국방부장이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중점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한 웨이펑허 부장이 “대만 문제가 잘못되면 중-미 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미국 측 발언 내용을 전하면서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양국이 책임 있는 방법으로 경쟁·위험을 통제하며, 직면한 현안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관련 언급은 한 줄에 그쳤다.

신화통신의 이 같은 보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만 문제가 부각되고 지난 3월 미국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하는 등 미국이 대만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에 관해 중국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과 밀도 있는 소통을 피한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과거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취임 후 여러 차례 쉬치량 부주석과 통화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당초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중국에 훨씬 유화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중관계는 계속 경색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 도발, 소수민족 인권 침해, 홍콩 민주화 억압에 대해 여러 차례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