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치킨’만 놓고 현관문 쾅 걷어찬 뒤 도망친 배달 알바생

김연진
2020년 10월 18일 오전 11:1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25

치킨을 주문한 손님 집 앞에서, 현관문을 쾅 걷어차고 재빨리 도망친 알바생의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관문을 걷어찼다는 알바생에게 누리꾼들은 “정말 잘했다. 멋지다”라며 칭찬을 이어가고 있다.

알바생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을까.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치킨 배달하다가 울었다”라는 제목으로 A씨의 경험담이 공개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이날 주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초등학생 같았다. 아이는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치킨을 주문했다.

“후라이드 한 마리만 주세요…”

이후 A씨는 초등학생의 집으로 치킨 배달을 갔다. 집 앞에 도착했는데, 현관문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게 화를 내는 목소리였다.

A씨는 “아이 아버지가 왜 치킨을 시켰냐면서 아이를 혼내고 있었다. 아버지가 ‘돈도 없는데 무슨 치킨이냐’라면서 막 화를 내더라”고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어서 아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어요. 치킨 값만큼 용돈 안 받을 테니까… 화내지 마세요…”. 아이는 아버지 앞에서 싹싹 빌고 있었다.

이 대화를 듣게 된 A씨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아이가 뭘 알겠냐. 그냥 치킨이 먹고 싶어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했다.

A씨는 문 앞에 치킨을 내려놓고, 발로 문을 쾅 걷어찼다. 그리고 도망쳤다. 돈은 받지 않았다. 엉엉 울었다.

그는 “옛날 생각나더라. 우리집이 크게 망해서 내가 하마터면 고아원에 갈 뻔했는데, 그 어려울 때 생각이 나더라”고 고백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어 “가다가 오토바이 세워두고 펑펑 울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이 운 적도 처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먹고 싶은 치킨 한 마리도 마음껏 먹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초등학생. 그 아이를 위해 A씨는 치킨을 공짜로 선물한 것이다.

이후 자세한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까지도 온라인에서 해당 사연이 재조명되면서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