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검수완박’ 법안 공포…9월부터 시행

이윤정
2022년 05월 3일 오후 5:21 업데이트: 2022년 05월 3일 오후 5:38

국무회의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의결
文 “검찰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우려 해소되지 않아”
“입법 과정서 적지 않은 진통 겪어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없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의결·공포했다.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법안은 4개월 이후인 올해 9월부터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일 오후 2시, 청와대 세종실에서 개최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국회 의결 과정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입법 절차에 있어서는 국회의장의 중재에 의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졌다가 합의가 파기되면서 입법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통상 화요일 오전 10시에 열렸지만, 이날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 표결 처리되는 시간을 고려해 일정을 늦췄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경 본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본회의 개의 3분 만에 재석 174명 중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이 마무리됐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6명 전원 찬성표를 던졌던 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기권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라며 “우려와 입장이 반영된 표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5월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 연합뉴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수사할 때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게 하고,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경찰이 송치한 피의자의 여죄나 공범을 검사가 추가 수사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평 변호사 등이 주장한 국무총리의 부서(副署) 거부도 실현되지 않았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에서 “법안이 시행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이 박탈돼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선의의 고발이나 내부 비리에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의 호소는 가로막히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진범, 공범, 추가 피해와 범죄수익환수를 위한 수사를 할 수가 없어 사건 전모를 밝히고 억울한 국민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어진다”고 호소했다.

앞서 4월 30일 의결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경제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범죄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한국형 미국 연방수사국(FBI)이라고 불리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논의를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찬성 173명, 반대 2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은 했으나 절차적 문제 등을 항의하며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시작되기 전 ‘검수완박’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규탄대회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