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 추락한 시진핑, 다시 개인숭배 부추기나

리무양(李沐陽)
2018년 08월 17일 오전 9:4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3

미중 무역전쟁이 막 시작될 때, 페이마펑(飛馬峰)호 화물선에 가득 실린 2천만 달러 상당의 미국산 대두 7만t이 첫 관세 부과 대상이 됨으로써 한때 중국에서 이 화물선이 ‘인터넷 스타’가 되기도 했다.

6월 6일부터 바다를 떠돌던 페이마펑호는 한 달이 지난 7월 12일 마침내 다롄(大連)항에 정박해 하역을 시작했다. 선박의 주인인 중추량(中儲糧)은 “(관세 조치로) 최대 6백만 달러의 세금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마치 냄비에 담긴 생선처럼, 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에서 마치 표면적으로는 아무 것도 잃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역전쟁으로 인해 고위층 내부에는 상당한 의견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위층과 가까운 몇몇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중국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중국 싱크탱크 학자는 “중국 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했고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생산라인에서 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와 지식인들은 무역전쟁을 지속하는 데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처음에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를 낮추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다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지 말라”는 ‘온순한’ 메시지를 보내며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강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연한 척 애매한 태도로, 미국과 장기간의 무역전쟁을 지속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 주춤했던 시진핑 개인숭배 선전도 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를 분석하며 ‘시진핑은 여전히 초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무소불통(無所不通), 무소불능(無所不能)’ 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시진핑은 각 분야에 지시를 내려 “당·정·군·민·학교·동서남북과 중앙의 모든 곳에서 당이 일체를 영도하고, 중국 공산당의 영도가 정우일존(定於一尊: 모든 것은 황제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 대중의 불안, 외국 언론에 광범위하게 보도되는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또한, 베이다이허 회의 중 중국공산당은 이례적으로 올해 참석한 전문가의 범위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홍콩경제일보는 “중국공산당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중국 제조 2025’ 계획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불투명한 정치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소식은 마치 머리가 없는 파리처럼 여기저기 부딪치며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베이다이허는 매년 여름 은퇴한 원로를 포함한 중국공산당의 고위층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비공식적인 협의’를 하는 곳이다. | 에포크타임스 DB

VOA는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관영 매체들이 무엇을 선전하는가도 봐야 하지만, 무엇을 외면하는지를 더 잘 봐야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은 무역전쟁 문제에 관해서는 철저히 숨기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 언론인들이 미국의 무역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캐묻자 그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갔다. 베이징이 이미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음을 설명하고 있다. VOA는 “이 같은 분석과 판단이 대체로 신뢰할 만하다”고 전했다.

VOA는 중국이 무역전쟁의 문제를 회피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대신해 패권을 잡으려는 중국공산당의 야망이 서방국가 특히 미국의 각성을 불러일으켜 중국에 대항하도록 만든 것인데, 이 같은 사정을 서민들에게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자주 사용하는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수단이 이젠 효력을 잃고 심지어 반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예로 최근 공개된 네티즌의 다음 대화를 들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미국과 맞서 싸울 것이다.”

“됐거든. 네가 ‘우리’에게 속한다고 생각하니? 꿈 깨라! 그것에 희생되는 게 대가를 치르는 거냐?”

VOA는 “이런 널리 보급된 자발적인 ‘시민 교육’은 중국 당국이 막을 수 없으며, 대응할 방법도 찾지 못한다”고 전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무역전쟁의 압력으로, 중국은 미국의 무역 요구 사항을 점차 충족시키고 있다. 앞으로 보조금이 삭감될 것이고, 투자 제한은 이미 없어졌으며, 비록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지적재산권 보호는 암묵적 또는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겉으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실제로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는 이미 설명할 수 없는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의 페이민신(裴敏欣) 교수는 스위스 ‘노이에취르허차이퉁’에 “미중 무역전쟁의 경제적 결과는 아직 명확히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베이징의 권위에 도전하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베이징의 권위가 약화됐으며, 그 압박은 경제적 손실을 훨씬 초과한다”고 전했다.

최근 베이징은 중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문제로 인해 곤혹스러워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령, 베이징이 제안하고 지원한 P2P 온라인 대출 플랫폼 다수가 도산했고, 피 같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피해자들이 권익을 찾으려 베이징으로 갔지만, 강력한 ‘안전 조치’에 물러서야만 했다.

중국 당국은 안면 인식 기술로 신장(新疆)을 감시하고 신원을 추적해 100만 명을 ‘재교육 수용소’에 수감했다. 닝샤(寧夏)에서는 완공된 그랜드 모스크를 철거해 현지 후이족의 시위가 촉발했고, 심지어 이슬람교도조차 이에 연대하고 있다.

페이민씬은 또 “베이징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지만, 베이징은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는 시진핑이 보안기관과 군대를 단단히 장악하고 있어 아직까지 중국공산당 내에서는 그에 맞설 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중문 매체는 트위터 사용자 ‘iyouport’의 말을 인용해 “중국 관영 매체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중국공산당의 고위 인사가 ‘학습(學習)’ 강좌를 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서 고위 인사는 CCTV, 신화통신,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심지어 중앙선전부 선전 전략까지 비판했다고 한다.

트위트 글에 따르면, 고위 인사는 “CCTV가 여론 방향을 잘못 이끌고 있으며, 환구시보는 ‘상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위 인사는 선전 분야의 고위급으로 정치국 위원 정도의 직급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어떤 의미에서 시진핑의 태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친(親)공산당 중문 매체는 “중국공산당 내부의 ‘학습’ 강좌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의 향후 선전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은 확인되는 소식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위를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앞으로 중국공산당의 언론 선전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