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면역학 전문가 “신종코로나 초기 경보, WHO 관련 전문가 2명이 막았다”

한동훈
2020년 07월 14일 오후 2:33 업데이트: 2020년 07월 14일 오후 3:03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을 국제사회에게 ‘조기경보’할 기회가 있었으나, 세계보건기구(WHO) 관련 전문가들이 막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0일 홍콩대 면역학 박사 옌리멍(閻麗夢)은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 공산정권의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은폐에 관해 상세히 증언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과 WHO는 지난해 12월 말 중공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을 포함해 심각한 위험성을 발견했으나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지 않았다.

옌리멍 박사의 인터뷰에서는 두 사람의 이름이 언급된다. 홍콩대 말릭 페이리스(Malik Peiris) 교수와 레오 푼(潘烈文) 교수다.

페이리스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코로나 폐렴 비상위 고문이고, 푼 교수는 홍콩대의 WHO 참고실험실 책임자다. 둘은 사제지간으로 페이리스 교수가 푼 교수의 스승이다.

옌리멍 박사는 중공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연구한 연구진의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푼 교수의 제안으로 홍콩대 바이러스 실험실에서 연구에 참가했다.

그녀는 곧 중공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발견했고 이러한 정보를 페이리스 교수와 푼 교수에게 보고했으나, 두 사람이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옌리멍 박사는 “푼 교수로부터 (정권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고 전했다.

페이리스 교수는 스리랑카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병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홍콩에서 활동 중인 미생물학자이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새로 발병하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인 인플루엔자,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또한 홍콩대 바스더연구센터 공동 소장, 홍콩대와 WHO 조류인플루엔자(H5) 참고 실험실 공동 책임자, 홍콩대 공중위생대학 바이러스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WHO는 2004년부터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적인 ‘H5 참고 실험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홍콩대 H5 참고 실험실은 그 가운데 하나로 2015년 8월 개원했다. 개원식에는 마거릿 챈(陳馮富珍) 당시 WHO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챈 총장은 홍콩 보건부 장관 출신으로 중국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WH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페이리스 교수(맨 왼쪽)와 마거릿 챈 당시 WHO 사무총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15년 8월 13일 홍콩대 WHO H5 참고실험실 개원식에 참석했다. | 홍콩대 홈페이지

 

홍콩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페이리스 교수는 WHO의 면역전문가 전략자문 전문가팀의 일원으로 WHO의 여러 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2012년과 2015년에는 WHO의 일원으로 각각 사우디와 한국에서 메르스를 조사했다. (WHO의 페이리스 교수 소개 페이지)

푼 교수는 페이리스 교수의 학생 출신으로 이후 동료연구가가 됐다. 두 사람은 ‘네이처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신종코로나 연구 논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고 2003년 사스 바이러스 공동 연구, 2020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물체 표면 생존연구도 같이 했다.

홍콩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푼 교수는 WHO 독감 진단 워킹그룹을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에서 바이러스학 전문가로 활동한다.

이와 관련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보낸 메일에서 페이리스 교수가 WHO 전문가팀에서 계속 일했지만 WHO를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WHO의 해명은 사태의 본질을 빗나갔다”며 “핵심은 WHO가 페이리스 교수와 푼 교수로부터 옌리멍 박사의 경고메시지를 전달받았는지, 만약 전달받았다면 합리적으로 대응했는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두 사람이 WHO를 대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WHO는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이는 사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WHO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노골적으로 편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 4월 “이 모든 것은 2006년 마거릿 챈이 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마거릿 챈은 2003년 사스 사태 당시에도 중국 정권의 사태 은폐를 도왔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녀의 후임인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역시 중공 바이러스 사태 은폐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2017년 11월 16일 페이리스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중국 광저우의 호흡기 질환 국가중점실험실을 방문해 종남산(왼쪽에서 세 번째) 중국공정원 원사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웹페이지 캡처

빈과일보는 테드로스 현 WHO 사무총장이 에티오피아의 마르크스-레닌 정당인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의 고위 멤버라고 보도했다.

한 중화권 언론인은 “스리랑카는 민주주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치계는 사회주의 계열 좌익 정당이 강세를 보인다”며 페이리스 교수의 대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