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승리 연출? 객석은 전원 마스크, 무대 위엔 맨 얼굴…中 표창대회

이윤정
2020년 09월 10일 오후 11:36 업데이트: 2020년 09월 11일 오전 5:46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신종코로나 유공자 표창대회가 열렸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이 행사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대표단 2천여명 등 총 3천여명이 참석했다.

관영 CCTV가 생중계로 진행한 표창대회 행사는 무대 위 참석자들과 무대 아래 객석에 자리한 참석자들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바로 마스크의 착용 유무다.

인민대회당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시진핑 등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을 포함해 무대에 오른 수십 명의 주석단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이날 훈장을 받은 중난산(鍾南山) 중국공정원 원사, ‘인민 영웅’ 칭호를 받은 천웨이(陳薇)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원 등 수상자들도 전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들은 시진핑과 가까운 거리에서 악수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공산당 지도부는 시상식이 끝난 후 다른 회의장으로 옮겨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9월 8일 코로나 방역 유공자 표창대회가 끝난 뒤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와 수상자들의 단체 기념사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 CCTV 방송화면 캡처

백여명이 훌쩍 넘는 수상자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줄 맞춰 큰 반원 형태로 선 뒤, 지도부가 입장하기까지 1시간 이상 기다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같은 장소에서 닷새 전인 지난 3일 개최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5주년 기념 좌담회’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방역에 성공을 거둬 닷새 사이에 마스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안심할 수 있게 된 것일까.

8일 유공자 표창행사는 중국 안팎에서 “코로나 전쟁 승리 선언”으로 풀이된다.

승리 선언 자리에서 무대 위 지도부와 수상자들이 마스크를 썼다면 시각적 효과가 반감됐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객석을 채운 2천여명의 청중까지 모두 마스크를 벗도록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 “신종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중국이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포했다.

마스크 없이 수십명이 넘는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코로나 전쟁 승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 객석에 앉은 2천여명 이상의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 CCTV 화면 캡처

시사 평론가 종위안(鍾原)은 이를 “당 내부의 여러 가지 잡음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승리 연출”로 정의했다.

그는 “중공 지도부는 대회장 입구까지는 마스크를 착용했겠지만 대회장에 들어선 후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서 내심 불안했을 것”이라며 “리커창 총리는 매주 개최하는 국무원 상무 회의를 비대면 영상 회의로 진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창을 받은 이들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의학계 종사자들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늘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정작 수천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자신은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어떤 기분이었을지 모르겠다”며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