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과 앱에 드리운 中 손길 “개인정보 유출, 표현자유 침해”

WU XIN
2019년 11월 21일 오후 12:05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3

중국이 세계 기술업계의 주요 경제주체로 성장하면서, IT기업에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IT기업들은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에 진입하면서 ‘자진 검열’의 덫에 빠지거나,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언론·표현의 자유와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 CBS는 17일 IT전문매체 CNET의 IT전문가 댄 패더슨 인터뷰를 통해 최근 8종의 모바일 앱과 비디오 게임에 중국 정부의 손길이 드리웠던 사례를 소개했다. 개인정보 유출과 언론자유 침해 등 자유사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침입과 통제를 분석했다.

모바일 앱 ‘홍콩맵라이브’

애플은 지난 10월 앱스토어에서 홍콩 경찰의 시위진압 정보를 보여주는 앱 ‘홍콩맵라이브(HKmap.live)’ 삭제 결정을 발표했다. 이 앱은 시위 참가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정보를 수집해 경찰의 위치, 최루탄 사용여부, 위험요인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해당 앱을 승인한 애플에 대해 “폭도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며 압박했고, 결국 애플은 “기술이 나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며 앱을 삭제했다. 앱 개발자들은 애플의 삭제 결정에 대해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다”고 반발했다.

CBS는 애플이 거의 모든 아이폰·아이패드·맥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등 중국과 밀접한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애플의 전 세계 매출 2660억 달러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얻은 수익이 520억 달러로 전체 수익의 약 5분의 1 정도라고 분석했다.

홍콩 시위대 역할 수행 게임 ‘레볼루션 오브 아워 타임스’

구글은 지난 10월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바일 게임 하나를 삭제했다. ‘정책 제정자의 민감한 사안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게임은 ‘레볼루션 오브 아워 타임스(Revolution of Our Times)’로 홍콩 시위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게임으로 인한 수익의 80%는 ‘스파크 얼라이언스(Spark Alliance)’에 기부된다. 이 기금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을 위한 법적 대응에 사용된다.

이와 관련, 미 경제 블로거 제로헷지(ZeroHedge)는 “(구글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르는 데 힘을 쏟는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구글은 2010년 ‘나쁜 일을 하지 않겠다’며 중국 시장에서 지메일과 유튜브 서비스를 철수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정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중국 검열 시스템 맞춤형 검색엔진인 ‘드래곤플라이(Project Dragonfly)’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문에 대해 “아직 초기단계”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하스스톤’

미국의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중국 당국의 검열정책에 굴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자회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온라인 카드게임 ‘하스스톤’ 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승리 후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가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블리자드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블리자드 측은 징계를 철회하기는 했지만 “표현의 자유 대신 차이나머니를 택했다”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이러한 블리자드의 ‘자진 검열’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최대주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거대한 온라인 게임시장 규모도 영향을 끼친 요인이다. 게임전문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중국 시장 매출은 올해 365억 달러로, 369억 달러인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하스스톤 인터뷰 사건 당시, 블리자드는 인기작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모바일 버전 중국 판권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콜 오브 듀티’ 모바일 버전은 ‘캔디크러쉬(Candy Crush)’로 유명한 영국의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했는데, 킹은 블리자드 자회사의 하나다.

라이엇 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

‘롤(LOL)’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의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는 텐센트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블리자드 논란 이후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대회 진행자와 선수들에게 주요 경기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대회 책임자 존 니드햄은 롤 공식 트위터에서 “이 화제는 일반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기 때문에 깊은 이해와 경청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며 우리가 제공하는 포럼 생방송에서는 이 문제를 공정하게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홍콩 인터넷 매체 ‘홍콩01’은 “텐센트가 라이엇 게임즈 지분을 100%로 소유한 상태에서 니드햄의 발언은 권고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발언으로 징계 않는다” 에픽 게임즈

에픽게임즈는 블리자드 논란이 일자 사전 차단에 나섰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지분 48%를 가진 회사다.

블리자드가 홍콩 지지 발언을 한 게이머를 징계하자,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는 트위터에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게이머를 징계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려 차별화를 시도했다. 스위니는 “회사 창업자이자 CEO 겸 주주로서 이런 일은 영원히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회사 대변인 역시 미국 IT전문 인터넷 매체 ‘더 버지(The Verge)’와 인터뷰에서 “에픽 게임즈는 누구나 자신의 정치 및 인권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권리를 지지한다. 우리는 게이머나 개발자가 이 주제에 관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징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영상 공유앱 ‘틱톡’

1년여 전부터 중국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틱톡(TikTok)이 미국에 진출했다.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으로 기업 가치가 약 750억 달러로 추정된다.

틱톡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미국의 입법기관도 틱톡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워싱턴포스트는 “틱톡에서 홍콩 시위 관련 활동에 대해 검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틱톡에서 ‘홍콩’을 검색했을 때 트위터나 인스타그램보다 검색결과가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10월 미국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틱톡과 미국 소셜앱 ‘뮤지컬.리(Musical.ly)’의 2017년 합병에 대해 조사를 제안했다. 루비오 의원은 “틱톡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시장 플랫폼에서 중국 공산 정권의 지시에 따라 검열하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은 잘 모르는 중국 최고 인기 앱 ‘학습강국’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김을 받는 앱과 게임이 논란이 되는 사이,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부에서 앱을 통한 ‘국민교육’을 시작했다. CENT의 IT전문가 댄 패더슨은 “올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은 외국인들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인터넷 보안기업 ‘큐어53’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학습강국(學習强國)’이 이미 1억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또한 중국기업 알리바바와 중앙선전부가 합작해 개발한 앱에는 슈퍼ID 등 백도어가 설치돼 있음이 발견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학습강국은 중국 정부조직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직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당원들에 지니고 공산당 사상과 원칙을 학습하던 마오쩌둥 어록집과 유사하다.

중앙선전부에서는 공산당원은 모두 이 앱을 설치해 정기적으로 구독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국유기업 직원, 공립학교 교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시사평론가 위안빈(袁斌)은 “학습강국 앱은 모바일시대의 새로운 세뇌 수단”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