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FBI 자문 출신 트위터 부사장 해고…배경은?

남창희
2022년 12월 8일 오후 8:44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5:00

트위터의 대선 개입 의혹 핵심인물로 지목

트위터 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부사장인 제임스 베이커를 해고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법률자문이었던 베이커는 2020년 6월 트위터로 이직해 법률자문을 맡아왔다.

머스크는 베이커 해고를 알리며 “퇴출됐다(exited)”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베이커가 공적인 대화에 중요한 정보를 억압하는 역할을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오늘 트위터에서 퇴출됐다”고 밝혔다.

베이커는 자신의 해고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머스크 역시 “공적인 대화에 중요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베이커의 퇴출은 트위터의 내부 검열과 관련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그가 2020년 대선 당시,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터져나온 뉴욕타임스의 폭로 기사를 억누른 일에 개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및 중국 사업에 관여했으며, 이 사업이 부정부패로 얼룩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선거 막판 핵폭탄급 이슈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 기사는 미국인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주요 채널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2주간 차단되면서 큰 반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트위터는 처음에는 “해킹으로 입수한 자료”라며 기사를 차단했고, 해킹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트럼프 측에서 제공한 자료”라며 기사가 퍼지지 못하도록 했다.

그 이후에는 “러시아의 허위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안전하지 못한 링크’라는 딱지를 붙여, 사람들의 클릭을 제한하고 공유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헌터의 노트북은 진짜이고 담긴 내용도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2년이 흐른 지난 3일, 이러한 트위터의 결정이 민주당 캠프 관계자와의 조율을 통해 이뤄진 내부 검열의 산물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매트 타이비는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은 채, 2020년 당시 트위터 내부 문건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이 내부 문건에 따르면, 뉴욕포스트 폭로 기사 검열을 주장한 인물이 베이커다. 베이커는 기사를 검토한 뒤 “해킹으로 입수한 자료인지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며 법률자문으로서 기사를 검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내부 문건은 사실상 진본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트위터 CEO인 머스크가 사실상 진짜라고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증거를 담은 트위터의 비공개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며칠 후 타이비의 폭로가 이어졌다.

베이커를 퇴출시켰다는 머스크의 발표에 타이비가 보인 반응도 둘 사이에 모종의 협력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타이비는 머스크의 트위터 게시물이 올라오고 몇 분 뒤 “화요일에 트위터 법률자문(그리고 전직 FBI 법률자문)인 제임스 베이커가 해고됐다”며 “새 경영진의 방침을 모르고 ‘트위터 파일’을 먼저 검토한 것이 그 이유의 하나”라는 글을 남겼다.

타이비는 이날 또 다른 글에서 “베이커가 ‘트위터 파일’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모든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며 “트위터의 새 책임자인 일론 머스크는 화요일 베이커를 퇴출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했다”고 전햇다.

‘새 경영진’은 머스크를, ‘트위터 파일’은 트위터의 내부 문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즉, 타이비의 글은 베이커가 머스크의 경영방침과 정반대로 검열을 계속해왔고 이에 머스크가 즉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타이비는 또한 “가까운 장래에 ‘트위터 파일’의 다음 편이 나타날 것”이라며 추가적인 폭로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제임스 베이커 전 FBI 법률자문 겸 트위터 법률자문. | 사미라바우어/에포크타임스

‘러시아 공모 스캔들’에도 등장한 베이커

베이커는 FBI와 특검이 2년 넘도록 뒤졌지만, 혐의 입증 없이 끝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스캔들’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2016년 미국 대선을 몇 주 앞둔 9월,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소속 변호사였던 마이클 서스먼의 제보로 촉발됐다.

서스먼은 트럼프와 러시아 사이 비밀스러운 연결 채널이 있다고 FBI 법률자문에게 증언하면서 자신을 클린턴 캠프와 무관한 공익제보자라고 속였다. 이 거짓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서스먼이 제공한 정보를 FBI에 전달한 FBI 법률자문이 바로 베이커였다.

이후 FBI를 그만둔 베이커는 트위터로 자리를 옮겼다. 직위는 부사장 겸 법률자문이었다.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의원은 6일 “트위터는 전직 FBI 자문인 제임스 베이커를 고용해 이 이야기를 검열할 구실을 제공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 스캔들에서부터 헌터 스캔들까지 내부 검열을 검토할 인물로 베이커가 적임자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던 의원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함에 따라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이 유력한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한 내부고발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FBI 요원 티보시 티볼트는 헌터 바이든에 관한 수사를 차단하려 했다”고 주장했었다.

티보시 요원은 헌터 노트북 수사에 배정된 특별요원 13명 중 한 명으로 올해 8월 갑자기 사임했다. 그는 편파 수사를 이유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에 의해 사임 전 수사에서 배제됐다.

한편, 베이커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부당한 검열 협력과 관련해 하원 감독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다수당 탈환으로 하원 감독위 주도권을 가져오게 된 공화당은 6일 베이커에게 내년에 출범하는 차기 하원 감독위 소환을 예고하는 서한을 발송했다(PDF 링크).

하원 감독위는 정부기관과 정책 전반에 대한 의회조사권을 발동할 권한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