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적 쇄신…페이페이 리 등 이사진 해임

한동훈
2022년 11월 2일 오전 8:45 업데이트: 2022년 11월 2일 오전 10:12

“새는 풀려났다”…트위터 개방적 변화 시사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가운데 인적 쇄신이 주목받고 있다.

31일(이하 현지시간) 머스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회사 인수 직후 트위터 이사회를 해산하고 이사 9명 전원을 해임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머스크는 현재 이 회사의 유일한 이사다. 그는 “단독 이사 상태는 일시적”이라고 트윗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사회에는 파라그 아그라왈 전 CEO와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 중국의 인공지능(AI) 분야의 권위자인 페이페이 리(李飛飛) 등이 포함됐다.

트위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 5월, 잘못된 정보와 허위정보 대응의 일환으로 리씨를 사외이사로 합류시켰다.

중국에서 태어난 리는 12세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로, 현재 국적은 미국이며 스탠퍼드대 컴퓨터 학과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리는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행보로 트위터 이사 선임 당시 물의를 빚었다. 그녀는 2016~2018년 구글 AI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베이징에 구글 AI 중국 센터 설립을 주도하고 센터장을 맡았다.

또한 리는 2017년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발언과 비슷한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의 AI 역량 강화를 돕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실행하듯 2018년 6월 칭화대에 문을 연 AI 연구소에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칭화대의 AI 연구 프로젝트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정한 민군융합의 핵심 프로젝트다.

반면 그녀는 2017년 구글과 미 국방부의 기술 협력을 가로막기도 했다. 당시 구글은 국방부와 공동으로 군용 드론을 개발하는 ‘메이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표적 식별을 위한 AI 기술 사용을 도입하려 했다. 그러나 리는 AI는 인간 중심적이어야 하며 AI 무기화는 안 된다며 이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구글에서 중국 당국의 검열 정책에 맞춘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에 관여하면서, 중국 공산당 정권의 AI 기술을 이용한 자국민 통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리는 2018년 말 구글을 사임하고 2020년 트위터로 옮겨갔지만, 이후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발언을 비판한 영상에 ‘노란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과 그녀의 구글 AI 참여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노란딱지는 허위·조작 정보 등이 담긴 영상이라는 의미다. 이 딱지가 붙으면 광고주들이 해당 영상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영상을 제작하는 측에서도 수익화가 차단돼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하지만 노란딱지는 그 기준이 모호해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구글에 따르면 노란딱지는 AI가 1차 후보군을 정하면, 구글직원이 2차로 최종 검토해 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열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머스크의 이번 트위터 이사회의 해산은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빠르게 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머스크는 27일 트위터 인수를 완료하고 곧바로 경영진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새는 풀려났다(The bird is freed)”는 글을 남겼다. ‘새’는 트위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파랑새를 로고로 삼고 있다.

한편, 머스크의 트위터 CEO 취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그동안 차단됐던 계정들이 복구될 수 있다는 추측도 확산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는 폭넓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콘텐츠 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회 소집 전까지 계정 복구 등 중요한 결정을 독단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