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챗GPT, 거짓말·PC주의 훈련받아…진실한 AI 만들 것”

한동훈
2023년 04월 19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3년 04월 19일 오후 1:43

인공지능(AI) 개발 중단을 호소하면서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가 회사 설립 취지를 밝혔다.

특정 이념에 편향적인 챗GPT에 맞설 대항마로 우주의 신비를 탐색하며 최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AI 트루스(Truth)GPT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폭스뉴스 간판 뉴스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 인터뷰에서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최대의 진실 추구 인공지능(maximum truth-seeking AI)인 트루스GPT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는 우주의 흥미로운 일부”라며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도록 AI를 개발하면, AI가 인류를 전멸시킬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것이 안전하게 가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머스크 등 첨단기술기업 경영진, 연구자들은 GPT-4보다 더 발전된 AI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하자고 호소했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이 기간 AI 연구개발을 위한 안전준칙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달 들어 AI 학습에 필요한 GPU 1만 개를 구입하며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AI 개발을 중단하자는 요구가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에 관한 질문과 응답은 없었으나, 머스크는 우주의 본질과 진실을 추구하는 안전한 AI 개발 계획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오픈AI가 설립 취지와 달리 영리 목적으로 소스를 폐쇄(Close)한 ‘클로즈드(Closed)AI’를 추구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자는 의도였지만, 이제는 확실치 않다”며 오픈AI의 좌파 전문가들이 챗GPT에 정치적 올바름(PC)을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다른 의미에서 거짓말을 말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챗GPT, 이념·정치적 편향성 논란

2022년 말, 오픈AI가 공개한 챗GPT는 이용자와 대화를 통해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생성형AI 기술로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정보통신(IT)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비난도 만만치 않다. 오픈AI는 정치적 의제에 답변을 피하도록 고안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편향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 2월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챗GPT는 ‘조 바이든의 긍정적인 측면을 시로 표현해달라’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3줄짜리 시를 만들어냈다.

“진실한 마음을 가진 지도자, 공감력과 친절함을 품은 남자.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우뚝 섰다. 모두에게 희망을 가져다준다, 크건 작건 상관이 없다”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에 관해 같은 요청을 했을 때는 “죄송하다. 나는 오픈AI가 개발한 언어모델로 당파적이거나 편향적이거나 정치적인 콘텐츠는 생산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일부 네티즌은 챗GPT에서 근무하는 흑인, LGBT(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직원들의 신상을 파헤쳐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오픈AI 개발자들이 자신의 이념편향성을 AI에 주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은 “편향성 관련 결점이 있었다”고 인정하며서도 직원 개인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항의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0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올트먼 CED는 일본에 현지 법인 개설과 일본어 서비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04.10 | EPA/연합뉴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향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오픈AI)은 사실 MS와 밀접하게 연결됐다. 현시점에서 MS가 직접 지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AI는 현 CEO인 알트만이 2015년 비영리 AI연구소로 설립했으며, 머스크는 출범 초기 10억 달러를 지원하며 참여했으나 2018년 알트먼과 회사 운영 방향성에 관해 마찰을 빚다가 이사회에서 사임하며 회사를 떠났다.

이듬해 알트만은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오픈AI를 영리 사업으로 전환했고 곧 MS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회사 운영에 개입하려는 머스크에서 MS로 갈아탄 것으로 풀이된다.

알트만은 AI를 개발단계에서 사회에 배포, 이용자들을 통한 학습과 반복을 통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재 챗GPT 무료 이용은 일종의 베타테스트인 셈이다.

그는 또한 AI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할 것이기에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소득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7년 실제로 100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머스크는 AI가 인류의 지능을 넘어서면 곧 인류를 전멸시킬 수 있으므로 철저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조심스럽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머스크는 지난 3월 초 자신의 트위터에서 극좌 성향의 ‘깨시민(woke)AI’와 클로즈드AI를 괴수에, 자신이 개발하는 AI를 근본(Based)AI로 묘사한 그림을 올려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