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관매직·부패…전직 중국 경찰이 증언한 中 공안 실상

김윤호
2022년 01월 19일 오후 4:56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07

전직 중국 경찰이 부패상을 폭로했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한 중국인 리훙슌(李洪順)씨는 중국 통치 시스템에 대해 “썩을 대로 썩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 공안국에서 20여 년간 몸담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리씨는 “내가 목격한 하얼빈 공안국은 매관매직, (주민) 재산 강탈, 성문란이 심각하다”고 했다.

평생 온갖 부조리를 지켜보며 살았던 리씨는 5년 전 퇴직했으며, 그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자식과 손자들에게 같은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씨는 부조리의 한 사례로 하얼빈 공안국에서 2002년 있었던 사건을 술회했다.

그는 “내부 승진시험이 있었다. 윗선 실세에게 거액을 줘야 승진할 수 있다는 것은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시험이 끝나고 인사 조치가 마무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경찰관이 하얼빈시 공안국 건물에서 투신했다. 이 경찰관은 옥상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전단을 대량으로 뿌린 후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얼빈 공안국 소속 경찰로 근무하다 퇴임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리훙슌씨. | 본인 제공

투신 직후 공안국 경찰관들은 모두 건물 밖으로 나와 ‘긴급 작업’을 벌여야 했다.

공안국장의 명령으로 주변을 봉쇄하고 떨어진 전단을 모두 회수했다. 사건은 숨진 경찰관이 부주의해서 실족사한 것으로 처리됐다.

한 경찰관은 숨졌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수습된 모습은 리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리씨가 수소문한 바에 따르면 투신한 경찰관은 승진 시험을 앞두고 당시 공안국장 왕웨이쉬(王維 )에게 30만 위안(약 5600만원)의 뇌물을 주고 부장직 발탁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왕 국장은 돈만 챙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뒤통수를 맞은 경찰관은 왕 국장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협박이었다. 소시민들 앞에서는 무시무시한 공안 경찰이었지만, ‘실세’ 상급자 앞에서는 한낱 약자에 불과했다.

자신과 관련된 죽음을 묻은 왕 국장은 그 후로도 부시장, 하얼빈시 공산당 위원회 요직을 꿰차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리씨는 왕 국장의 후임도 “그에 못지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왕 국장에 이어 공안국장에 임명된 런루이천(任銳 )은 부임 당시 하얼빈 지역 탄광 13개를 소유한 거부였다.

런 국장은 취임 전 탄광 지역 공안분국 책임자로 근무할 당시, 탄광 소유자들에게 혐의를 씌워 감옥에 보내는 수법으로 탄광을 하나씩 강탈했다.

리씨는 “하루는 런 국장이 술자리에서 잔뜩 취해서는 ‘탄광 2개를 팔아 마련한 약 3억 위안(약 562억원)으로 지금 자리(하얼빈시 공안국장직)를 얻었다’고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