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리 “中 정부, ‘일대일로’ 홍보 만화에 공산주의 선전…원치 않는다”

학교에 배포한 어린이용 만화에 정치색...말레이 정부 "조사 중"

이사벨 반 브루겐
2019년 10월 23일 오후 6:46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3:18

중국 주도로 추진되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제동을 걸어 사업비 30% 삭감한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역 내 중국의 정치력 영향력 확대를 경계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2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0을 넘어서는 말레이시아’ 콘퍼런스의 한 토론회에서 중국을 우호국으로 여기지만, 국민들이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모하마드 총리는 특히 “중국의 사상과 이념이 말레이시아의 젊은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며, 말레이시아 전국 학교에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일대일로 정책 홍보성 만화책을 언급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의 공산주의가 말레이시아로 수입될 가능성이 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말레이시아는 늘 중국을 친구로 여겼다”라며 “우리는 그것(공산주의)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상생을 위한 일대일로 계획’이라는 제목의 만화책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관점을 반복해서 알리고, 신장 위구르족을 ‘극단주의자’로 묘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대중적으로 퍼진 이 책을 출판하는 데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으며 책 내용도 알지 못했다면서 “현재 우리는 중국의 사상과 이념을 널리 알려야 할 때가 아니라, 그로 인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나라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만화책에는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서밋 포럼’에서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그 책을 선물했다”는 설명과 함께 마하티르 총리의 사진도 담겨있지만 총리실은 18일 “이 책은 행사 기간에 전달한 공식 선물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말레이시아 내무부는 전국 학교에 이 책이 어떻게 배포됐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마하티르는 총리는 토론회장에서 “말레이시아는 올바른 연구 없이 일대일로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젊은이들은 자국의 문제, 전략, 정책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과 일대일로 재협상에 합의한 후 나온 것이다. 이 협정은 2017년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체결했다.

지난해 5월 친중 성향의 전 정권을 무너뜨리고 61년 만에 야권의 승리로 정권교체를 이룬 마하티르 총리는 일대일로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93세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국가 지도자가 된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해 8월 5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해, “말레이시아의 최우선 과제는 부채와 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동부해안철도(ECRL)와 횡단 가스 파이프라인(TSGP) 사업 취소를 발표했다.

일대일로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인 해안철도 사업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후, 수개월의 협상 끝에 지난 4월 중국 당국은 공사비용 200억 달러(약 23조 원)의 30%를 깎아 주기로 합의했다.

이 해안철도가 건설되면 중국은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를 수송할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재협상을 타결한 후, 마하티르 총리는 성명을 통해 “(해안철도) 공사비 인하는 말레이시아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새 협상을 이뤘다고 밝혔다. 해안철도 초기 비용은 정당하지 않고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