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재정난 몰린 간송미술관, 국가 보물 2점 경매에 내놨다

이서현
2020년 05월 21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9

간송미술관이 보물로 지정된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미술품 전문 경매사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오후 4시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경매에 삼국·통일신라 시대 불상 두 점이 나온다고 밝혔다.

두 작품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이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경매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간송미술관은 사업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간송이 일제강점기 전 재산을 쏟아부어 지켜낸 서화·도자기·고서 등 국보급 문화재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지킴이로서 자부심이 컸던 간송미술관이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이유는 심각한 재정난 때문이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외부 전시에 나선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감상하는 시민 | 연합뉴스

간송미술관은 그동안 국가 지원을 거의 받지 않은 데다, 40년간 열었던 85차례 전시회의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소장품 수리비와 연구자료 발간비 등도 자체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2년 전,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타계하면서 문화재를 승계한 이들에게 막대한 상속세가 부과됐다.

누적된 재정난에 상속세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소장품을 경매에 부치기로 한 것.

두 작품의 경매가는 각 15억원, 합계 30억원으로 추정됐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두 작품 외에 다른 불교 문화재도 내놓을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금동여래입상 | 케이옥션

경매에 나온 금동여래입상은 1963년 보물 284호로 지정된 7세기 중반 통일신라 불상이다.

팔각 연화대좌 위에 정면을 보고 당당한 자세로 선 모습으로, 높이가 38㎝에 달한다.

보물 285호로 1963년 지정된 금동보살입상은 6~7세기 신라 불상이다. 높이는 약 19㎝로, 거창에서 출토됐다.

보물로 지정된 국가 지정문화재도 개인 소장품인 경우 소유자 변경 신고만 하면 거래할 수 있다.

출품작은 이날 오후부터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사전예약해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