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초밥이 먹고 싶어서…” 2년 전 리뷰 남긴 손님 꼭 만나고 싶다는 사장님

이서현
2020년 06월 30일 오후 1:5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39

2년 전 ‘어떤 초밥집 리뷰’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내용은 한 초밥집에 달린 배달앱 리뷰와 그 리뷰에 며칠 또는 몇 주 간격으로 남긴 사장님의 댓글이 전부였다.

손님이 남긴 리뷰는 이랬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사실 어제 자살하려고 마지막으로 초밥이 먹고 싶어서 주문했어요. 안에 메모랑 비누꽃 감사해요. 받고 펑펑 울었습니다. 꾸역꾸역 먹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죄악감으로 삼켰습니다. 열심히 살아볼게요.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모와 비누꽃장미 한 송이가 저의 목숨을 살렸습니다.”

사장님은 손님의 글에 이런 첫 댓글을 남겼다.

“어떤 분이신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글로 전해지는 말씀 한마디에 삶의 무게감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지며 댓글을 쓰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이든, 일 년에 한 번이든 님의 리뷰를 계속 보고 싶습니다. 간간히 주문해주신다는 말씀 꼭 지켜주세요.”

그 후, 사장님은 말을 걸듯 종종 손님의 리뷰에 댓글을 남겼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그 속에는 평범하고도 소중한 사장님의 일상이 담겼다.

일의 특성상 주말도 없이 일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손님과 가족들이 알아줄 거라 믿는다고 적었다.

사장이 하루 자리를 비웠는데도 일을 척척 해내고, 손님에게 받은 팁을 함께 일하는 동생들과 나누는 믿음직한 직원들 이야기도 꺼냈다.

미리 설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1년 전 만났던 길냥이를 잘 보살폈더니 성묘가 되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사장님의 댓글은 곧바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이후 더는 사장님의 댓글을 볼 수 없었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는 따뜻한 댓글을 남겼던 초밥집 사장님의 근황을 전했다.

2년 전 있었던 리뷰 사건에 관해 묻자 사장님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손님의 리뷰를 처음 봤을 땐 어떻게 답글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단순히 ‘힘내라’ ‘응원하겠다’ 이런 말로는 위로가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아픔도 많이 느껴졌어요. 얼마나 아프면 여기다 썼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사장님은 조금이라도 손님에게 힘이 될 방법을 고민했다.

무엇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틀간 고민한 끝에 첫 댓글을 남겼고, 손님의 소식을 기다리며 꾸준히 써 내려갔다.

매장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몇 년이 됐건 계속 글을 쓰겠다고 마음도 먹었다.

하지만 댓글이 이슈가 되자 혹시 손님이 부담을 느낄까 봐 글쓰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인가 한 노부부가 찾아와 사장님의 손을 잡고 우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리뷰를 남겼던 손님처럼 힘들어하던 자녀를 잃은 부모였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이런 일들을 겪은 후 사장님의 삶도 완전히 달라졌다.

개업 초기 2~3달만 하려고 했던 메모 쓰기와 비누꽃 증정 이벤트는 이제 사장님의 사명이 됐다.

어쩌면 맛있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힘들지만 계속할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사장님은 2년 전 리뷰를 썼던 손님을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분은 저한테 본인을 살려줬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결국은 그분 덕분에 제가 살았어요. 손님을 만나면 손을 잡고 어깨 한번 꼭 토닥여 주고 싶어요. 고생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