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전직 대만 총통으로서 처음으로 중국 방문…여당 민진당은 반발, 중국은 환영

최창근
2023년 03월 21일 오후 4:38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07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의 중국 본토 방문 계획이 대만 정가를 강타했다.

마잉주 전 총통은 3월 27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중국 본토를 찾겠다고 했다. 명분은 성묘이다. 전직 대만 최고지도자가 중국 본토를 찾는 것은 1949년 국부천대(國府遷臺‧국민당 정부 대만 파천) 이후 74년 만에 처음이다.

마잉주 전 총통의 중국 방문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차이잉원 현 총통이 8년의 임기를 채우고 3연임 제한으로 물러나는 가운데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은 각각 정권 재창출과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08~2016년 총통을 지낸 마잉주 총통은 임기 중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양안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회담은 ‘형식상’ 중국 국민당 주석과 중국 공산당 주석 간 회담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정상회담이었지만,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중화민국)은 상대를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잉주 전 총통의 중국 본토 방문은 그 자체가 폭발력을 지니지만, 시기도 관건이다. 차이잉원 현 총통의 미국 방문 일정과 겹친다.

차이잉원 총통은 3월 말 과테말라, 벨리즈 등 중남미 지역 공식 수교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경유외교’ 형식을 빌려 미국 뉴욕, LA도 방문하여 미국 정‧관계 인사들도 만나는 일정이다. 면담자 중에는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도 포함돼 있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양안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을 가진 마잉주(좌) 당시 대만 총통과 시진핑(우)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

마잉주 전 총통의 중국 본토 방문 계획을 두고 집권 민진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진당 일각에서는 “마잉주 전 총통이 중국 방문을 통해 차이잉원 총통의 미국 방문 성과를 도둑질하려 한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장즈하오(張志豪) 민진당 대변인은 “마잉주 전 총통이 군사적 위협과 국제적 고립 시도를 포함해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대만을 향해 지속적으로 가하는 압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측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마샤오광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것은 중국인의 전통으로 청명절에 조상 묘를 찾는 것은 양안 동포 모두의 세시풍속이다. 마잉주 선생 일행의 방문에 필요한 협조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잉주 전 총통은 중국 방문에 30여 명의 대만 청년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잉주재단이 선발한 인원이다.

방중단은 옛 중화민국 수도이자 국부 쑨원의 묘소인 중산릉이 있는 난징을 시작으로 우한, 창사, 충칭, 상하이 등 중화민국과 관련 있는 5대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중 우한은 1911년 신해혁명의 시초인 우한봉기의 현장이다. 충칭은 중일전쟁 기간 임시수도였다.

2005년 양안분단 후 국민당 지도자 자격으로 첫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우) 당시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 롄잔은 리덩후이 정부에서 부총통을 지내고 2000년, 2004년 대만 총통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 연합뉴스.

이 밖에 후난성 창사 방문 중에는 마잉주 전 총통의 원적지인 샹탄(湘潭)을 찾아 조상 묘도 참배할 것으로 알려진다. 마잉주 전 총통은 1950년 영국령 홍콩에서 태어났지만, 원적은 후난(湖南)성 샹탄현이다. 그의 양친은 마허링(馬鶴凌)과 친허우전(秦厚修)으로 모두 국립정치대 전신인 중국국민당 중앙당무학교를 졸업한 후 국민당 정부 간부로 일했다.

이번 방중의 또 다른 관심사는 시진핑과의 ‘재회’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방중 기간 마잉주 전 총통과 시진핑의 깜짝 만남을 예상하기도 한다. 다만 마잉주 전 총통 측은 “베이징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다.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의 만남도 계획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2005년 부인 천완수이(陳萬水, 2012년 작고)와 함께 제2야당 주석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쑹추위 친민당 주석. | 연합뉴스.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국민당을 위시한 범람(泛藍)계 정당이 ‘당 대 당’ 교류 형식을 빌려 중국 공산당과 교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천수이볜 총통의 민진당 집권기인 2005년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초청으로 국민당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했다. 이어 2001년 국민당에서 분당한 범람계 정당인 친민당의 쑹추위 주석도 같은 해 중국 땅을 밟아 후진타오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회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