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아파도 돼” 아픈 딸에게 엄마가 보여준 최고의 ‘사랑표현’

이서현
2019년 09월 3일 오후 2:4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27

1997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속에는 유대인 수용소에 갇힌 아빠와 아들이 등장한다. 아빠는 어린 아들이 겁먹지 않도록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재밌는 놀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들은 아빠의 말을 믿었고 지독한 불행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아들은 이때를 떠올리며 “이것은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라고 말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와 꼭 닮은 한 누리꾼의 이야기가 알려져 감동을 전했다.

글쓴이는 ‘어릴 때 엄마가 보여준 최고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사연은 이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JTBC

현재 35살, 건강하게 사는 미혼 여성인 그는 어린 시절 몇 년간 소아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

열이 조금이라도 나면 다급하게 응급실로 뛰어갔고 입원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병원에서 행복하게 보냈던 기억만 남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연합뉴스

어느 날인가 빈 병실이 없어 새벽 내내 응급실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환한 불빛 아래 의료기 부딪히는 소리와 카트 끄는 소리만 부산스럽게 들렸다.

엄마는 침대 옆에 같이 누워 재밌다는 표정으로 “우리 캠핑온 것 같다. 그치? 맨날 집에서 자다가 안자고 여기 있으니까 진짜 재밌다”라며 웃었다.

엄마가 재밌어하는 모습에 그도 따라 웃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pixabay

입원하는 날에도 엄마는 “병원 슈퍼에서 이것저것 사 먹고 TV도 실컷 보자. 재밌겠다 그치?”라며 웃으면서 짐을 쌌다.

그때를 떠올리면 개미도 잡고 식물도 관찰하면서 보냈던 시간과 엄마가 끊임없이 들려주던 이야기만 생각났다.

어쩌다 그가 유독 아픈 날이면 엄마는 “아픈 거 계속 가지 않아. 잠깐이야 알지? 끝나고 재밌게 놀자”라고 말했다.

또 항상 “아파도 돼. 맨날 아파도, 맘껏 아파도 돼. 엄마 아빠 있으니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해줬다.

그는 이 말이 이상하게도 “아프지 마. 얼른 나아야 해” 그런 말보다 듣기 좋았다.

하지만 조금씩 어른이 되면서 깨달았다.

응급실 침대에서 “재밌겠다 그치?”했던 엄마가 속으로는 얼마나 아파하며 피눈물을 흘리셨을지.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아플 때 들었던 그 말들이 엄마가 보여준 최고의 사랑임을 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