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5부제’ 첫 주말…평일에 못산 직장인 몰려 약국 북새통

연합뉴스
2020년 03월 14일 오후 1:4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1

“당분간 주말마다 나올 것 같다”…’알림 앱’ 약국 재고 부정확해 곳곳에서 허탕

14일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 늘어선 마스크 판매 줄 | 연합뉴스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 일자를 달리 정한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첫 주말인 14일 서울 시내 약국은 주중에 마스크를 사지 못했던 시민들로 주말 아침 때아닌 북새통을 이뤘다.

주말에는 주중 출생연도에 해당하는 요일에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한 이들이 출생연도에 상관없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약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공적 마스크 300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는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미리 대금을 받은 뒤 오후 3시 이후에 마스크를 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약국은 평소처럼 손님들의 출생연도를 확인하는 대신 공인 신분증을 받아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주중에 구매 이력이 있는지를 살폈다. 마스크는 판매 시작 1시간여만에 모두 동이 났다.

이 약국 관계자는 “우리 약국에는 평일에 줄이 생기는 일이 드문데 오늘은 줄이 좀 생겼다”며 “주중에 이미 마스크를 샀는데도 잘 모르고 또 사러 오신 분들이 대여섯명 있었는데 설명을 듣고 모두 돌아갔다”고 말했다.

14일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관계자가 손님의 마스크 구매 이력을 확인하는 모습 | 연합뉴스

서초구 서초2동의 한 약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공적 마스크 250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가 시작되자 40여명이 15m가량 줄을 섰다. 이곳도 손님들이 주말에 몰리면서 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고 한다.

이 약국에서는 판매 시작 채 1시간이 되지 않아 250장이 매진되자 구청 지침에 따라 150장을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주중 일과시간에 도저히 약국에 방문하지 못했던 직장인들은 이날 주말 늦잠도 포기하고 아침 일찍부터 약국 앞에 줄을 섰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약국에서 만난 은행원 최모(38)씨는 “주중에는 점심시간이든 출퇴근길이든 시간 내기가 어려워 오늘 처음으로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 본다”며 “당분간은 주말마다 일찍 나와 2∼30분씩 줄을 서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회사원 안모(52)씨는 “마스크 5부제 자체는 좋은데, 직장인들에게는 너무 불편한 제도다. 어린이나 노인이 아니라도 가족이 대신 살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주중에 마스크 구매 이력이 없는 경우만 주말에 살 수 있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이런 규칙을 알지 못한 채 약국에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10시께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약국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찾아와 “오늘은 주민등록증 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고, 약국 직원이 잘못된 정보라고 설명하자 버럭 화를 내는 일이 있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 14일 오전 늘어선 줄 | 연합뉴스

한편 공적 마스크 판매처 위치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과 웹 서비스가 정확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마스크 재고가 충분한데도 없는 것처럼 나오거나, 없는데도 충분하다고 표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날 마포구 창전동의 한 대형 약국은 앱에 마스크 재고가 ‘품절’로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약국에는 오전 10시께 마스크 400장이 입고됐고, 시민들은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었다.

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한 정모(25)씨는 “앱에는 지금 신촌 쪽 약국에만 재고가 있는 거로 나와서 그쪽으로 이동하던 중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확인해 보니 마스크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며 “이래서는 앱을 못 믿겠다”고 말했다.

중구 명동의 한 약국은 앱에 이날 마스크 판매가 시작됐다고 안내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을 찾았던 20대 A씨는 “약국에 마스크 보유량이 별로 없다고 표시되긴 했지만, 품절은 아니라서 와 봤는데 당황스럽다”며 바삐 발길을 돌렸다.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약국도 이날 오전 10시께 앱에 마스크 30∼100장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지만, 마스크를 팔고 있지 않았다. 이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를 판매하면 구매자 개인정보를 전산 시스템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생겨 재고가 남는 거로 기록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앞에 늘어선 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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