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

한동훈
2022년 04월 28일 오전 11:02 업데이트: 2022년 04월 28일 오후 12:23

러시아 대형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이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27일(현지시각)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요금이 지불되기 전까지 가스 공급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가스 공급 중단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비(非)우호적인 국가는 가스 요금을 루블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영국 BBC는 이날 폴란드로부터는 공급 중단을 확인했지만, 불가리아의 공급 중단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불가리아의 공급 중단 여부가 확실치 않은 것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올 때 비용을 미리 지불하기 때문이다. 미리 낸 분량만큼 공급이 이뤄지고 나면, 추후 공급은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해 자국의 난방·발전·산업에 사용해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도 수입은 계속됐다.

유럽은 가스 요금의 60%는 유로화, 나머지는 달러화로 결재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럽은 공급계약과 맞지 않고 유럽의 러시아 제재를 위반한다며 루블화 결재를 거부했다.

폴란드 역시 루블화 결재를 거부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폴란드는 다른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중간 경유지 역할을 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왔다.

폴란드는 러시아 제재에도 적극적이다. 폴란드 정부는 26일 가스프롬을 비롯한 기업과 지도부 인사 등 50개의 러시아 개인과 기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추진해 온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 노력이 배경이 됐다. 안나 모스콰와 폴란드 기후 장관은 “폴란드는 여러 해에 걸쳐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연간 약 90억㎥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올해 안에 중단하기로 지난달 결정한 바 있다. 폴란드는 전체 사용량의 5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도 금지하기로 했다.

불가리아는 러시아를 대체할 천연가스 공급처 물색에 분주하다.

인구 650만 명인 불가리아는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혼란을 막기 위해 당분간은 각 가정의 천연가스 사용량에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