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돕지마” 美 경고에 확답 안한 中…전문가 “난처한 상황”

한동훈
2022년 03월 21일 오후 7:10 업데이트: 2022년 03월 21일 오후 7:16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지원 말라”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 향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받게 될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호주 시드니 공대 중국학 펑충이 교수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로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려 군대를 철수시키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지원하면 러시아는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18일 두 시간가량의 화상 회담을 가진 후 각각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 문제에 대한 의견차를 나타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러시아가 중국을 향해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이를 거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물리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어떤 결과가 있을지 자세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펑 교수는 “중국은 표면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면서 은밀히 러시아를 도우려 한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의 공개적인 지지와 대규모 지원을 원하고 있다. 중국이 매우 곤란한 처지”라고 말했다.

대만의 동북아학회 부대표 둥쓰치(董思齊)는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적·비군사적으로 돕지 않겠다고 명확히 약속하라는 것”이라며 “미국은 (러시아를 은밀히 도우려는) 중국의 의도를 알고 태도 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직접 답변을 피하고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둥 부대표는 “중국의 태도는 이미 일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전쟁이 이어지면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여기엔 세컨더리 보이콧도 포함된다. 즉, 러시아를 도운 국가들도 제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이번 우크라사태를 이용해 세계를 중·러 대 민주진영 대결구도로 몰아가려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국제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있는 국가들 특히, 중국 주변 동북아 국가들은 이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중국이 러시아를 도운다면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될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제재가 하나의 도구일 수 있다”며 “중국의 대규모 무역 흐름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외무역에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추측된다. 이 경우 한국 등 중국과 경제교역 규모가 큰 국가들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

중국이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펑 교수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상과 달리 진척을 보이지 않자, 중국 외교관과 관영매체들에서 미묘한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등을 맞댄 채 서방을 향해 총을 겨눌 심산이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 20일 전, 시진핑은 푸틴과 공동성명을 발표해 서로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푸틴으로서는 OK 사인을 받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전쟁을 벌여 서방 진영의 신경이 그곳으로 쏠리면, 대만을 침공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 밖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 나토(NATO) 회원국들이 결집한 것”이라고 전했다.

펑 교수는 또한 “시진핑은 대만 침공으로 3연임을 확정 지으려 했겠지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이제는 시진핑은 경제 침체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최대한 상황을 안정화하고 올가을 공산당 20차 당대회까지 경제가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직접 밝히면, 국제사회의 압력과 경제제재를 촉발시켜 경제 안정화에 실패하고 3연임은 물건너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경고에 따르면, 등을 맞댄 러시아의 버림을 받아 국제사회에 고립이 심화될 것이다. 결국, 시진핑은 변수를 줄이기 위해 미국을 달래며 시간을 끌어 연임을 확정 지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