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피해 왜 많나?…“보안 허술한 휴대전화로 통신”

김윤호
2022년 03월 29일 오후 8:06 업데이트: 2022년 03월 29일 오후 8:53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보안이 잘 안 되는 휴대전화 통신망을 이용하는 바람에 통신 내용을 감청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 군인들은 암호화 통신 장비의 잦은 고장으로 인해 전쟁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오픈 통신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러시아는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현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오판에 전쟁 전 군인들의 통신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부대는 러시아의 이런 통신 허점을 이용해 러시아 군대의 전술 정보를 캐내고 교란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관리는 “우리는 러시아 군인들이 오픈 통신망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러시아군의 암호 통신 역량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한 러시아가 침공 과정에 우크라이나의 통신기지국을 파괴했고 그 결과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러시아의 통신 능력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용병, 체첸 부대, 민간군사회사인 바그너 그룹 등 3종류의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했다. 그러나 전장을 총괄하는 총사령관이 없을 정도로 총괄 지휘체계가 없어 기밀 통신의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에 모인 러시아군은 그들이 우크라이나 전투에 투입된다는 고지를 사전에 받은 적이 없어서 대규모 혼란이 일어났고 이는 부대간 통신에 상당한 장애를 조성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잭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군은 침공 24시간 전에야 명령을 받아, 전혀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어떤 부대와 협력할 것인지 정한 후 통신용 암호키를 공유해야 하는데 이럴 준비가 없었고, 우크라이나와 외국 정보기관, 심지어 아마추어 무선통신가 역시 러시아군의 정보를 손쉽게 감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틀링 박사는 또한 “도청된 러시아군의 대화를 들어보면 그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으며 매우 당혹해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약한 기밀 통신은 러시아군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유럽 외교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암호화 통신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정확하게 러시아 장교를 습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정확한 피해는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군 사망자 수를 약 1만5천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관계자는 러시아 군인 사망자를 7천~1만5천 명으로 추산했다.

포린폴리시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국가코드가 러시아인 모든 휴대전화 사용이 차단됐고, 통신 혼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이 민간인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청당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