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와 권위주의 정권이 만났을 때…中 디지털 위안화 쟁점 6

허젠(何堅)
2020년 09월 10일 오후 1:43 업데이트: 2020년 09월 10일 오후 1:43

중공은 자본이탈을 막고 국민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의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비하고, 달러화 중심의 국제 거래에서 배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보인다.

중국 공산당(중공)이 ‘디지털 위안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공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4월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인 이후 시범 사용 지역을 베이징·상하이 등 28곳으로 확대했다.

인민은행은 “지폐를 전자화폐로 대체하는 간단한 사업”으로 선전하면서 장점으로 △화폐 발행 비용 절감 △용이한 거래 △통화관리 편의성 증대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사업은 아닐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공이 밝히지 않은 디지털 위안화 도입 목적 6가지와 각각의 부작용을 정리했다.

하나. 쉬운 자금 조달(용이한 화폐 발행량 조절)로 경기 부양이 쉽다.

중국 경제의 현 상황은 ‘먹구름’이다. 미중 갈등에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사태가 겹치면서 경기침체,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중공은 지난 40년 가까이 통화량을 늘려 경제발전을 추진해왔다. 이번에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국제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통화량을 계속 늘리는 것은 부담이 크다.

그런데 실물화폐 대신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발행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통화량을 더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중공의 불투명한 정치·경제 시스템 아래에서 당국은 발행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화폐를 무한 발행해 지방정부 채무를 해소하고 싶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공직자 급여를 디지털 위안화로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인터넷 유출된 ‘디지털 위안’ 전자지갑 화면 | 신랑재경 홈페이지=연합뉴스

둘, 국민의 소비생활 전반을 추적·감시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인민은행이 발행하고, 모든 정보를 인민은행이 수집·관리한다.

인민은행은 모든 사용자의 보유상황과 거래내역을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동 동선은 물론 생활양식, 소비패턴과 구매력, 개인적 취향까지 파악 가능하다.

중공이 이런 알짜 정보를 놔둘까? 중국인들을 더욱 철저하게 감시해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이용한다고 보는 쪽이 더 개연성이 높다.

셋,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자본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중공의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자본이탈이다. 중공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이를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계속 떨어뜨려 왔다. 한때 위안화가 14%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졸지에 자산 가치가 급락하게 된 외국자본은 당연하게도 해외로 빠져나갔다.

올해 1분기에 금융기관 등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유출된 자본만 307억 달러에 이른다. 디지털 화폐거래소와 다른 음성적인 경로를 포함한다면 이탈한 자본은 확실히 그 이상이다.

이미 중공은 허베이, 저장, 선전 등지에서 ‘거액 현금 관리’를 시범 도입해 자본이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공은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서둘러왔다. 민간 자금의 흐름을 대대적으로 감시하고 인터넷을 통한 자금 이탈을 하루라도 빨리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중국에서는 시장에서도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 EPA=연합뉴스

넷, 현행 화폐 폐지로 시장과 물가를 정비한다.

화폐 발행량을 늘려 시장에 유동성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할 경우, 한 가지 큰 부작용이 따른다. 바로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다.

이미 중공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돈을 풀어왔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에 더해, 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급한 유동자금이 온라인 도박이나 부동산 투자로 몰리고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위안화 정착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되는 시점에 ‘지폐 폐지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시중에 푼 자금을 회수하고 물가도 잡는 일거양득이다.

다만, 지금까지 중공의 정책 시행 과정에 비추어 일반 가계가 경제적 피해를 볼 경우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섯, 미국 측 제재 회피를 위한 ‘달러 대비 통화 시스템’을 구축한다.

현재 세계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다. 달러 거래를 하려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야 하므로 미국의 제약을 받는다. 미국은 이란의 달러화 거래 사용권을 동결하고, 금융제재를 가한 바 있다.

중공은 최근 몇 년간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달러에 맞설 수 있는 위안화 중심의 국제통화 거래 체제를 구축해 미국 측의 제재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으로 디지털 화폐 주도권을 장악하면 이를 계기로 위안화 국제화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섯, 국제사회에 대한 침투와 통일전선을 확대해 전 세계를 감시한다.

중공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멈춘 적이 없다. 상대국과 내통하는 통일전선전술과 정치·사회·문화적 침투를 지속해서 추진한다. 그 주요 수단 중 하나는 뇌물제공과 매수다.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 결제통화로 자리 잡게 된다면, 이러한 스파이 활동에 더욱 은밀하게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해외 정치인과 기업인, 각계각층 인사들을 매수하는 능력이 증대된다.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중공의 감시와 추적을 받을 수 있다. 중공의 감시시스템이 전 세계적 범위로 확대된다.

에포크타임스는 수천년 역사의 문명대국 중국과 공산주의 정권인 중공을 구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