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친 중국 “한국, 사드 ‘3불 1한’ 공식 선서” 주장

한동훈
2022년 08월 10일 오후 6:19 업데이트: 2022년 08월 10일 오후 9:28

중국 외교부 대변인 10일 브리핑 질의응답서 발언
박진 장관 “사드 3불은 약속 아니라고 명백히 전달”

중국은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3불 1한’을 정식 선서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10일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질문받자 이같이 답했다고 전했다.

‘3불(不) 1한(限)’은 세 가지를 하지 않고 한 가지를 제한한다는 의미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MD) 편입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자, 당시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이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서 생겨난 용어다.

2017년 10월 국회에서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대한민국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이 3국 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1한’은 이미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사드를 배치하고도 제대로 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이 ‘1한’을 대외적으로 약속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가 중국을 탐지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며 사드 운용 제한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왕 대변인이 말한 한국의 ‘3불 1한’ 약속은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국을 방문 중인 박 장관은 기자들에게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급)과의 회담에서 사드 3불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전날 왕이 외교부장과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의 회담 소식을 알리는 게시물 외에도 사드에 관한 별도 자료를 게재했다.

이 자료에서는 전날 회담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사드 문제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하고,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며 “(양측은) 서로의 안보 우려를 중시해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적절히 처리하기로 노력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중공) 외교부 홈페이지. 9일 한국과의 외교장관 회담 소식을 알리는 게시물 외에 ‘사드(萨德)’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는 별도 게시물을 올려 강조했다. | 화면 캡처

사드 문제와 관련해 “안보 우려를 중시해”, “적절히 처리하기로 했다”는 대목은 중국 공산당이 계속 요구해온 3불 1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게시물 게재된 시각은 이날 새벽 0시 29분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취재진으로부터 사드에 관한 질의가 나올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왕 대변인이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한국이 대외적으로 3불 1한을 공식 선서했다”고 답변한 것은 한국 윤석열 정부에 압박을 주고 한국 내부에 혼선을 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중공)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예민한 반응을 보인 바 있으며, 지난달 말에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사드 3불 입장을 유지하라며 재차 압박했다.

사드 문제는 한국에서 반중 감정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했고, 2017년 중공의 격렬한 반대와 국내 일각에서의 우려 속에 사드 배치를 단행했다.

같은 해 중공은 한류를 금지하는 ‘한한령’ 등으로 다양하게 보복했고 이는 한국 사회에서 중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급격히 늘리는 기폭제가 됐다.

2017년 9월 6일 오후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서 미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기반공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한국, 미국, 일본 등 19개국 국민 2만2425명을 상대로 실시한 중국에 관한 이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80%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퓨리서치센터는 2015년 37%였던 한국의 반중정서가 2017년 61%로 급증했다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공의 보복이 이유라고 분석했다.

특히 조사 대상국 중 청년층의 반중 여론이 노년층보다 높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윤 대통령 역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사드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주권을 강조하고, ‘멸콩(멸치와 콩나물)’ 캠페인에 합류하는 등 중공에 대한 선명한 태도로 보수적인 청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업데이트]

외교부 대변인실은 10일 한국 정부가 사드 3불 1한 정식 선서했다는 중국 주장을 보도한 언론기사와 관련해 현 정부가 한 약속이 아니라 이전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하 입장문 전문이다.

“한국, 사드 ‘3불1한’ 정식 선서했다”는 중국 측 주장은 이전 정부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것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간 누차 밝혀왔듯이, 우리 정부는 사드가 북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 관련 사안으로서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금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우리측은 중측에 이러한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였습니다.

아울러 소위 3불은 이전 정부에서도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대외적으로 언급하였다는 점을 중측에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관련 사안을 중국이 계속 거론할수록 양 국민 간 상호인식이 나빠지고 양국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뿐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금번 회담시 양측은 사드 문제 관련 서로 입장차를 확인하면서도 동 사안이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데 이해를 같이 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