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시신 찾아달라”…호주 ‘인체표본전’ 수사 요구한 중국인

뤄야(駱亞)
2018년 10월 2일 오후 2:26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오후 11:03

현재 호주 시드니시에서 열리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Real Bodies The Exhibition)’은 실제 인체를 사용하고 있어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인권 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다. 신원 불명의 시신을 이용하는 데다 윤리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이번에 전시하는 인체 가운데 중국 경찰에 사상범으로 연행됐다가 행방불명된 동생의 시신이 있는 것 같다며 주최 측에 인체 표본에 대한 DNA 감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열리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이매진 전시회(Imagine Exhibition)가 주관하고 있다. 전시회 기간은 4월 14일부터 10월 14일까지이다. 생물을 반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인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으로 처리된 인체 20구와 해부 표본 200개가 전시 중이다.

호주 언론 ‘News.com.au’ 4월 9일 자 보도에 따르면, 이 협회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 톰 잴러는 “이 표본들에 대한 증거는 제시할 수 없지만 중국에서 온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생명 윤리 문제가 우려되는 인체 표본 전시회에 반대하는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학의 바한 마이스필드(Vaughan Macefield) 교수는 “통상 의과대학에 제공되는 신체는 노인의 시신이지만, 이번 전시회 표본은 젊은 남성의 시신이 많다”고 지적했다.

2006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 당시 중국에는 적어도 인체 가공 공장이 10개가 있어 쉽게 시신과 장기를 구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인권 단체들은 대량의 인체는 정신병 환자나 사형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룬궁 박해 정보를 전하는 밍후이왕에 따르면, 다롄(大連)시는 파룬궁 수련자가 많고 파룬궁 탄압이 심각한 도시의 하나로 지목된다. 2012년 한 소식통이 본보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다롄시에는 신체 가공 공장이 2개 존재했다. 당시의 시장 보시라이(정치범으로 사형 확정)와 부인 구카이라이(살인죄로 복역 중)는 공안, 법원, 교도소와 연계해 수감 중인 파룬궁 수련자의 인체를 시체 가공 공장에 대량으로 팔았다고 한다.

탄압받아 실종된 동생 찾는 형, DNA 감정 요구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상범으로 경찰에 연행된 뒤 행방을 알 수 없는 동생을 찾는 남성이 시드니에서 9월 16일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는 ‘인체이 신비전’에 동생의 시신이 전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호소하며 표본에 대한 DNA 감정을 요구했다.

미국에서 달려온 황완칭 씨는 2003년에 중국 당국이 탄압하는 심신수련법 파룬궁 수련자였던 동생 황슝(黃雄, 당시 25세) 씨가 경찰에 연행된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중국 대륙에 있는 가족에 따르면 황슝 씨의 신분증 번호(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는 2005년에 말소됐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국민이 사망할 경우 당국이 신분증 번호와 관련 기록을 파기한다. 황완칭 씨 가족이 신분증 번호가 말소된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은 지금까지 얻지 못했다.

황완칭 씨는 변호사를 통해 뉴사우스웨일스주(NSW) 경찰 당국에 신원불명의 시신을 전시하는 데 따르는 위법성 조사를 촉구했다. 황 씨에 따르면 경찰 당국은 이날 전시된 인체의 신원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했다.

황 씨의 회견에 참석한 인권 단체들은 경찰 당국이 수사를 통해 인체 표본에 대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하기를 희망했다. “나처럼, 중국 내 친척이 갑자기 실종된 중국인들은 세계 각지에 있을 것”이라고 황 씨는 덧붙였다.

캐나다의 저명한 인권 변호사인 데이비드 메이터스 씨와 중국계 미국인 박사 황완칭 씨가 캔버라 국회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뤄야/엪크타임스

중국 공산당 당국이 자행한 파룬궁 수련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 장기적출 문제를 오랫동안 조사해 온 캐나다 인권 변호사 데이비드 메이터스 씨도 16일 기자 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인체의 신비전’ 주최 측이 시신의 신원, 출처, 생전 시신 기증 동의서 등 법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기자회견에는 호주 위구르인 협회, 장기 강제적출에 반대하는 의사회(DAFOH) 호주지부, 장기 이식 남용 중지 국제 네트워크(ETAC), 인체표본 전시회에 반대하는 호주 인권 단체 등이 참석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8월 말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인 주민 약 100만 명을 ‘재교육 수용소’에 구속했다고 지적했다. 참석한 호주 위구르인 협회의 Mamtimin Ala 회장은 수용소 내 일부 위구르인이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사망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친척들이 시신에 장기를 빼낸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Ala 회장은 인체표본에 위구르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면서, 조사 의지를 밝힌 호주 경찰의 움직임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