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범에게 벌금 말고 ‘징역’ 내린 판사가 쓴 ‘3000자’짜리 판결문

황효정
2020년 06월 19일 오후 2:0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2:48

2019년 1월 울산의 한 건설 현장. 한 남성이 진돗개를 때리고 목을 밟고, 각목으로 때리는 등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 건설사에 불만을 가졌던 남성은 건설사에 직접 따지는 대신, 현장 책임자가 기르던 생후 4개월 어린 진돗개를 반년에 걸쳐 지속해서 학대했다.

결국 동물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검사가 내린 처벌은 벌금 200만원.

남성은 “학대가 아니고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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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판사는 이례적으로 검사의 구형보다 더 강한 처벌을 내렸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에 처한다”

동물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 우리 사회에서는 징역형을 내리는 대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전에 없는 엄벌을 내린 유정우 판사는 지난달 8일 무려 3,000자가 넘는 아주 특별한 판결문을 썼다. 일반 사건 판결문도 3,000자가 넘는 경우는 드물다.

길고 긴 판결문에는 이같은 징역형을 결정한 이유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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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존엄한 생명체의 하나로서 보호받아야 한다.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다.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학대를 계속하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 의식이 미약하거나 없기 때문. 이에 대하여는 더욱 엄격히 죄책을 물어야 함이 타당하다.

동물 학대를 막으면 단순히 동물만이 아닌 다른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로 연결될 수 있다.

동물 보호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보호하는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국가가 동물들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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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들의 범죄는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것에서 시작됐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인간을 대상으로 그 방향을 돌리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나온 이같은 3,000자의 판결문은 우리 사회에 귀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