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 “5G 공급자 선정에 화웨이 배제 말라는 中 압력 없었다”

니콜 하오
2019년 12월 20일 오후 3:46 업데이트: 2019년 12월 20일 오후 3:48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5세대 이동통신(5G) 공급자 선정과 관련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압박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하원에 출석한 메르켈 총리는 중국이 독일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중국 당국이 나에게 압박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와 같은 언급은 앞서 우컨(吳懇) 독일 주재 중국 대사가 독일이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그에 대한 응보가 따를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우 대사는 14일 독일 경제신문인 한델스블라트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수백만 대의 독일산 자동차가 중국에서 팔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우 대사는 “우리가 직접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인데, 더 이상 독일산 차 생산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라며 “ 그것(화웨이 배제 시 상응 조치)은 순수한 보호무역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평자들은 우 대사의 발언을 독일에서 화웨이의 5G 공급이 배제된다면 중국 시장에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을 퇴출하겠다는 압력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AG·BMW AG·메르세데스벤츠 제조업체 다임러 AG의 최대 시장이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서 각각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제조 및 유통회사를 설립했다.

중국 당국이 화웨이 사업을 배제하려는 국가에 보복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주 덴마크 주재 중국대사가 덴마크령 페로 제도 상무장관에게 “화웨이와 5G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이 지역과의 무역 거래를 취소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덴마크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를 보는 독일의 시선

올해 초부터 미국은 국가 안보를 우려하며 화웨이 보이콧을 강화해 갔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를 거래 제한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고,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통신 시스템을 들이지 말도록 설득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은 독일의 5G 네트워크의 안보 규칙에 대한 결정을 내년까지 연기했으며, 화웨이 출시가 제외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특정 사업체를 5G 네트워크 구축에 배제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다만 5G 공급업체가 지켜야 할 엄격한 보안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 내에서도 화웨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주 기민당 의원들은 “신뢰할 수 없는 5G 제공업체를 금지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 화웨이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헌법적 통제 없는 국가 영향력의 위험성’ ‘교묘한 속임수’ ‘스파이 행위’를 하는 공급 회사” 등의 내용이 중국 기업을 겨냥한 말이라고 보도했다.

이 법안의 초안은 메르켈 연방 총리실과 경제부가 검토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는 지난 1년 동안 중공군과 정보기관과의 연계성, 직원들에 대한 대우, 경쟁업체의 영업비밀 도용 의혹,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의혹 등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받아왔다.

5G 관련 법안 발의자 중 한 명인 노버트 뢰트겐 머커 기민당 의원은 FT와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5G 안보 규칙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뢰트겐 의원은 지난 13일 “기술적 확실성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급업체에 대해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의 영향력에 좌우되는 회사는 믿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주 독일의 3대 통신 업체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 도이칠란트는 5G 네트워크 구축 협력업체로 핀란드의 노키아와 화웨이를 선정했다. 이달 초 시장 선두주자인 도이체 텔레콤은 정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5G 네트워크 장비 구매를 보류했다. 독일의 주요 통신사가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장비 사용을 공식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