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마스크 및 의약품 부족 직면…“중국에 과잉 의존”

한동훈
2022년 07월 27일 오전 9:47 업데이트: 2022년 07월 27일 오전 10:57

지난 6월 이후 감염이 재확산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마스크 등 방역물자와 의약품 부족 사태를 맞고 있다.

이 사태를 불러온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외에도 중국 등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꼽고 있다. 독일 국제방송 도이체 벨레(DW)가 최근 보도했다.

현재 독일 매장에서 판매되는 마스크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독일 보호마스크 제조업체 협회는 2025년까지는 “마스크 국내 생산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감염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2년 전에도 마스크 부족 문제에 직면했지만, 당시에는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150여 개 기업이 마스크 등 방호용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독일제 마스크는 중국제와 비교해 제조비용이 높다. 독일제의 FFP2(한국의 KF94에 해당) 마스크의 생산비용은 개당 0.35유로(약 460원)인 데 반해, 중국제는 배송비를 포함해 개당 0.12유로(약 160원)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다 보니 독일 기업들이 생산을 기피해 독일에서도 독일산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이나 정부기관에서 마스크를 대량 발주할 때도 대부분 가격이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독일 기업들은 막상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마스크를 생산해도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할 때 빈손으로 떠나게 된다며 독일 보호마스크 제조협회 대변인 스테판 베르그만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성토했다.

마스크뿐 아니라 병원에서 봉합사(수술부위 봉합용 실), 캐뉼라(의료용 튜브) 등 수술용품을 비롯해 어린이용 진통제, 천식용 스프레이, 강압제, 마취제, 항우울제 등의 의약품도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제2 공영방송 ZDF는 최근 항생제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상은 가스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의약품 공급망을 유럽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업계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유럽으로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지적된다. 공급망을 되돌릴 필요까지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일 제네릭의약품(복제약) 협회인 ‘프로 제네리카’의 대표이사 보르크 브렛하우어는 현지 의약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약품 생산을 완전히 유럽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브렛하우어 대표는 “원료나 의약품 대부분이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것이 반드시 문제는 아니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생산이 중국, 인도 등 일부 지역과 업체에 집중돼 있어 위험성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특히 항생제와 집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등 중요한 원자재의 생산 거점을 분산하고 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하도록 정부가 제약사를 독려하는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