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내 2개 대학 공자학원과 관계 끊어… 獨 교육장관 “공산당 기구 영향 반대”

최창근
2023년 05월 2일 오전 7:55 업데이트: 2023년 05월 2일 오전 10:19

독일 2개 대학이 공자학원(孔子學院)과 협력 중단을 발표했다. 해당 대학은 하노버대와 프랑크푸르트대이다.

독일 매체들은 “하노버대가 공자학원과 체결한 협력협정을 연장하기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자로 공자학원-하노버대학의 협력은 중단됐다.

협력 중단 배경에는 지난 2021년 10월 발생한 ‘시진핑 전기’ 사건이 자리한다.

저명 독일 언론인 스테판 아우스트(Stefan Aust), 아드리안 가이거스(Adrian Geiges)는 하노버대와 뒤스부르크-에센대(Universität Duisburg-Essen)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전기 ‘시진핑: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자(Xi Jinping: Der mchtigste Mann der Welt)’ 기념 온라인 신간 발표회를 겸한 특강을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는 공자학원의 일방적인 요청으로 취소됐다.

두 명의 공동 저자, 슈테판 아우스트와 아드리안 가이게스는 중국 정부의 자유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아우스트는 시사주간지 ‘슈피겔’ 편집장 출신의 저명 저널리스트이며, 가이게스도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오랜 기간 특파원 생활을 한 베테랑 언론인이다.

이에 대하여 공자학원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을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 시진핑은 이제 건드려서도 안 되고 논평할 수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라며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자국(自國) 최고 지도자를 외국인이 논평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행사 취소에는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이 관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주독일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공자학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양 국민의 이해를 증진한다는 목적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며 중국 측에 사전에 알려 협의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가이게스는 “이 책은 중국을 균형 있게 다뤘다. 중국은 오직 시진핑 주석에 대한 숭배만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우스트도 “거대해진 중국이 그들의 가치를 서양에 강제하려 한다. 시진핑 주석의 부하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했다. 출판사 대표 펠리시타스 폰 로벤베르크는 “행사 취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후 하노버대는 중국의 간섭에 분개하며 “중국 공산당 산하 문화기구와 협력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노버대는 “독일 대학과 비민주국가의 기관 간의 접촉은 반드시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월 2일, 프랑크푸르트대도 성명에서 “2008년 공자학원과 체결한 협력 협정은 더 이상 연장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허스(Michael Huth) 프랑크푸르트대 부총장은 성명에서 지난 협력 성과에 대해서 공자학원 경영진에 감사를 표했다. 성명은 “이번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가 대학과 공자학원의 협력을 검토했으며, 중국이 대학의 과학 연구와 교육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독일 학계와 정계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공자학원을 통해 침투하고 자국 내 연구·교육 활동에 개입하는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제1야당 기독교민주연합(CDU)은 전당대회에서 “독일 대학은 공자학원과 협력을 완전 중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기독교민주연합의 결의안에는 “독일 공공 기관, 특히 대학과 각급 학교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공자학원과의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독일은 학술 분야 스파이,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기독교민주연합은 “공자학원 활동에 독일 납세자의 세금 지원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자유민주당(FDP) 당적(黨籍)의 베티나 슈타르크 바칭거(Bettina Stark-Watzinger)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 장관도 지난해 6월, 대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학 총장이라면 공자학원 설립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바칭거 장관은 독일 정계에도 “지나치게 순진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침투에 경각심을 주었다. 그는 “민감한 연구 분야, 예를 들어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민군 겸용 기술 분야,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자들은 베이징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독일의 교육과 연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