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中, 해외 경찰서 계속 운영”…폐쇄 요청 무시

남창희
2023년 03월 19일 오후 4:12 업데이트: 2023년 03월 19일 오후 4:12

중국이 독일 정부의 항의에도 독일 내에 설치한 해외 경찰서 2개소를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지난주 독일 내무부가 야당 의원 질의에 보낸 답변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내무부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조애나 코타르 의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중국 해외 경찰서 2곳이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확인했다.

또한 내무부는 해당 경찰서가 “독일 국적의 중국계 지역사회 지도자들에 의해 운영된다”면서 “그들은 중국 외교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 보안당국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두 해외 경찰서는 외교기관에 관한 기존 협정에 따른 것이 아니며 중국 푸젠성, 장쑤성, 저장성 등의 지역 공안에서 설치한 비공식 경찰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의 해외 경찰서가 스파이 공작을 담당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1월 초 베를린의 1곳을 포함해 중국이 독일 내에 적어도 2개의 비밀 해외 경찰서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며 공식적인 외교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독일 외무부는 지난해 11월 말 베를린 주재 중화인민공화국(중공) 대사관에 주권 침해를 용인할 수 없다며 중국에 해외 경찰서 폐쇄를 요청했었다.

한 달 뒤에는 안드레아스 미카엘리스 당시 외무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독일 정부는 주권 침해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중국 측에 분명히 했다”며 “중국과 이 문제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해결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번 보도로 독일 정부 요청에도 중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중국 측의 무대응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대사관은 독일 측 항의에 “해외 경찰서 의혹은 우리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해외 경찰서를 세계 53개국에 102곳 이상 설치하고 체제를 비판하거나 공산당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 인권운동가 등의 귀국을 압박하고 있다.

독일 내무부 산하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은 2020년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은 모든 반체제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파룬궁 수련인, 위구르인, 티베트인, 대만 독립활동가 등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홍콩인권 옹호단체인 재독홍콩인협회는 “우리 단체 회원들이 중국 국가안보국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사들로부터 협박 메시지를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RFA에 말했다.

한편,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의 해외 경찰서에 대해 실태 조사와 폐쇄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범죄 수사의 일환으로서 압수수색한 뉴욕의 중국 해외 경찰서가 폐쇄됐고, 2일에는 캐나다 경찰이 자국 내 설치된 해외 경찰서 4곳에 대해 “활동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서울 송파구의 한 중식당 등 해외 경찰서 의혹을 받는 시설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조사가 이뤄졌으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흡해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