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최전방” 서방 VS 중·러 신냉전 구도 분석 보고서, 英 싱크탱크

하석원
2020년 08월 4일 오후 3:50 업데이트: 2020년 08월 4일 오후 4:57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항하는 전선을 구축하는 가운데, 이런 ‘신냉전’ 구도에서 독일이 최전방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민주주의 기관들의 조직과 활동을 방해하는 등 독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면, 중국은 독일의 경제 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독일 정치구조의 취약성을 악용해 독일 지방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Germany virus
독일 드레스덴의 드레스덴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이 환자는 이탈리아 국적으로 알려졌다. 2020.3.26 | Matthias Rietschel-Pool/Getty Images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독일의 사회, 정치, 경제 등 분야에 개입하고 잠재적으로 침투하는 행위는 유럽의 경제와 더 나아가 대륙과 서구 민주주의 기관들에도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독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 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사태를 지나면서 독일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독일 사업가들은 중공 정권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중국 전자기업 메이디(美的)그룹이 독일의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쿠카’(Kuka)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Germany Kuka robot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독일 로봇제조업체 쿠카(Kuka) 부스에 맥주를 대접하는 로봇이 전시됐다. 2017.4.24 | Tobias Schwarz/AFP via Getty Images

중국 기업의 독일 기업 인수가 잇따르자 독일에서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반응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수출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을 끝없는 기회가 아닌 경쟁국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코로나 대유행 은폐 등 중공 정부의 대응이 독일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산정권은 코로나 발병 기원에 대해 독일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독일 당국자에게 압력을 가해 자국의 코로나 대응을 칭찬하도록 하는 등 여론조작을 시도했다.

중공의 이런 행위는 독일인들에게 중국과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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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 2018.7.10 | Fabrizio Bensch/AFP/Getty Images

이번 합동 군사연구소 보고서는 존 캄프너 선임 부교수가 작성한 유럽에서의 러시아·중국 활동에 관한 논문의 일부이다.

카린 폰 히펠 합동 군사연구소 사무총장은 중공 정권은 유럽이 미국과 공동 명분을 만들지 않도록 하고,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국가들의 분열이 중공을 경계하는 서방국가들과 통일된 전략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리스·헝가리·포르투갈 등 중국과 가까운 유럽 국가들이 중국 관련 정책을 차단해 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전염병 확산이 “가속했고 중국에 대한 우려를 강화했다”면서 “이제 많은 국가가 중국에 얼마나 많이 의존해 왔는지를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