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캐나다 “中 비밀 경찰서, 문 닫은 줄 알았는데…계속 운영”

정향매
2023년 05월 16일 오후 8:13 업데이트: 2023년 05월 16일 오후 8:13

독일과 캐나다에서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 내무부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2월 초, 중국은 베를린에 설치한 이른바 ‘해외 경찰·교포 서비스센터(海外警僑服務站)’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보안 당국에 의하면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 두 곳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막신말리안 칼 내무부 대변인에 의하면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는 고정된 사무실이 없다. 중국 국적자들과 비중국 국적자들이 독일에서 옮겨 다니면서 베이징을 대신해 이른바 ‘공식 업무’를 수행한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1월 초 중국이 독일 내에 해외 비밀 경찰서를 최소 2개소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독일 외무부는 지난해 11월 말 주(駐)독일 중국 대사관에 주권 침해를 용인할 수 없다며 해당 시설을 폐쇄할 것을 요청했다. 

안드레아 사세 외무부 대변인은 15일 기자들에게 “올해 2월 초, 중국 측은 이른바 ‘서비스 센터’를 폐쇄했다고 답장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독일에 설치한 해외 비밀 경찰서를 폐쇄했다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폐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駐)베를린 중국 대사관 표지판 | REUTERS/Tobias Schwarz/연합

이에 사세 대변인은 “베를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와 관련해  미국과 기타 유럽연합 회원국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주(駐)독일 중국 대사관은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독일은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국가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이번 일로) 전략적 라이벌 국가인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독일-중국 양국 관계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도 중국이 해외 비밀 경찰서를 계속 운영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르코 멘디치노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5월 14일 캐나다 CTV 방송에 “캐나다에는 더 많은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가 운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왕립 캐나다 기마경찰은 이런 시설의 활동을 파괴하는 작전에 돌입했을 거라고 믿는다. 또한 새로운 비밀 경찰서가 설치된 정황이 포착되면 경찰은 단호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 멘디치노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 | REUTERS/Blair Gable/연합

앞서 멘디치노 장관은 캐나다에 설치된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는 모두 문을 닫았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매체 ‘캐나디안 프레스’는 “중국 해외 비밀 경찰서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캐나다 경찰은 올해 3월 “몬트리올에 있는 커뮤니티 센터 두 곳이 중국계 캐나다인을 협박하거나 괴롭히는 데 이용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당시 “중국이 비밀 경찰서를 통해 캐나다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캐나다 정부의 항의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해외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53개국에 중국 해외 경찰서가 최소 102개 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시설을 통해 해외에 있는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거나 공산당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 인권운동가 등의 귀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캐나다 외에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국가들도 자국 내에 설치된 중국 비밀 경찰서에 대한 조사와 폐쇄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 송파구의 한 중식당 등 해외 경찰서 의혹을 받는 시설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조사가 이뤄졌으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흡해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