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에 나이가 무슨 상관?” 스밍 돌리고, 굿즈 구매에 푹 빠진 5060 덕후

이현주
2020년 06월 2일 오후 3:1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5
TV조선 ‘미스터트롯’ 제공

제2의 인생을 찾는 50~60대 여성의 취미활동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고된 돌봄노동 속에서도 자신의 여가생활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푹 빠져 공연을 보러 다니고 팬클럽 활동을 하는 이른바 ‘덕질'(한 분야에 푹 빠져 열중하는 것)도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의 한 역에서 중년 남녀가 차례로 한 전광판 앞에서 포즈를 잡았다. 이들 뒤로는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인기 가수의 얼굴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이던 지하철 전광판 광고가 이제는 어르신의 ‘팬질’까지 전염된 모습이다.

자신의 지하철 전광판 앞에서 기념 사진 찍는 ‘미스터트롯’  이찬원, 김희재/개인SNS 캡쳐

지하철 광고는 아이돌 팬 문화의 대표 격이다. 팬들이 가수에 대한 사랑을 드러냄과 동시에 여타 팬덤을 향해 화력을 과시한다. 지하철 광고를 조공받은 가수는 현장을 찾아 인증 사진을 남기고, 팬들도 광고를 찾아 순례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미스트롯’부터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지는 5060 세대의 팬 문화는 날이 갈수록 진화한다. 음원사이트 순위권 진입을 위한 ‘스밍'(스트리밍)부터 기념일 ‘조공'(스타에게 팬들이 선물) 문화까지 10대의 팬 문화를 꼭 빼닮았다.

‘SBS스페셜’ 캡쳐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연자들 팬카페에 들어가 보면 응원하는 가수들의 스케줄 외에도 각종 굿즈 판매처, 티켓 양도, 정모 공지 등 활발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음원 활동은 물론 방송출연, 광고까지 전방위적이다. 이런 영향에 송가인, 임영웅, 영탁 등의 굿즈 매출이 급증했다. 굿즈는 아이돌,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장르의 스타 등을 소재로 만든 일종의 문화 상품을 의미한다.

코엑스에서 열린 2019 K팝 굿즈 플리마켓/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전세버스로 ‘미스터트롯’ 5위를 차지한 정동원의 고향을 찾는 팬들의 꾸준한 발걸음에 경남 하동군은 아예 ‘정동원길’을 만들기도 했다.

중년의 팬덤은 공연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미스터트롯’ 전국 콘서트의 경우, 3월 20일 티켓 예매 창이 열림과 동시에 빠르게 좌석이 팔려 나갔으며, 결국 10분 만에 2만 석이 완판 됐다. ‘미스트롯’ 역시 지난해 5월 6개 도시 공연이 전석 매진되기도 했다.

송가인 굿즈/11번가 제공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의 등장으로 봤다. 이들은 문화적 소비력이 왕성한 5060 신중년으로 규정된다. 그간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알려진 ‘덕질’을 하며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미스터트롯’ 전국 콘서트 예매처인 인터파크 관계자 또한 “경제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소득 수준이 타 연령대 대비 높은 중년층이라면 앞으로 문화 소비에 있어서도 앞으로 큰손으로 떠오를 잠재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