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수문에 빨려 들어간 순간…” 의암호 전복사고 유일한 생존자가 밝힌 당시 상황

황효정
2020년 08월 31일 오후 4:32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1

“수문에 물이 계속 빨려 들어가는 겁니다.

저기 들어가면 난 죽는다.

코에다 손을 대고, 귀와 눈을 꼭 막고, 동그랗게 그대로 가니까 공 마냥 쏙 들어가면서 쉬익 들어가더라고요…”

폭우 속 무리하게 작업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강원 춘천 의암호 전복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가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23일 의암호 전복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곽원복(68) 씨는 언론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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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8월 6일 강원도 춘천 의암댐에서는 인공 수초 섬이 유실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폭우 속 작업에 나섰던 선박 3척이 전복돼 7명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나갔던 기간제 근로자 신분의 곽원복 씨는 “기간제라도 주변에 쓰레기가 있다거나 그런 건 저희들이 치워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라고 밝혔다.

전복되던 순간, 곽씨는 작업선 제일 뒤편에 타고 있었다.

곽씨는 “후미에 타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물 밑에서 시커먼 것들이 훅 올라오더니 배가 뒤집힌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초당 물 1만 톤이 방류되던 의암댐 수문에 빨려 들어가는 아찔했던 순간. 배가 전복된 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의암댐 수문 쪽으로 순식간에 휩쓸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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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는 “부유물을 붙잡고 돌아봤다. 수문에 물이 계속 빨려 들어갔다”며 “저기 들어가면 난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그대로 수문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던 곽씨.

곽씨는 “얼굴을 가리고 손을 최대한으로 꼭 막고 그 와중에서도 불과 몇 초 사이에서도 코에다 손을 대고 귀와 눈을 꼭 막고 동그랗게 그대로 가니까 공 마냥 쏙 들어가면서 쉬익 돌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투닥투닥 부딪히는데 뭐가 뭔지 모른다, 거기선”이라며 “몸이 벌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구명조끼가 벗겨지면 죽는다는 생각에 바짝 오므리고 뭐가 때리는지 몰라도 그러고 내려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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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는 이어 한 시간 동안 무려 13km를 휩쓸려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동안 곽씨는 누운 채로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버틴 끝에 기적적으로 배 한 척을 마주쳤다.

살려달라 외친 끝에 수상레저업체 배에 타고 있던 직원들에게 발견돼 구조된 곽씨는 탈진된 상태로 구조되는 순간에도 다른 구조 요청부터 했다.

“감사합니다. 저 구해주셔서. 그렇지만 제 뒤에 세 사람이 떠내려오는 거 같은데 그 사람들 마저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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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 곽씨에게는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겼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삶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 그게 제 새로운 생활신조입니다”

의암호 선박 3척 전복 사고로 1명 구조, 5명 사망, 1명 실종.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돼가는 시점, 인재라는 지적 속 사고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1명의 실종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