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 이름값? 헌터 바이든 그림 가격 논란에 백악관 해명은…

2021년 07월 10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1년 07월 10일 오후 4:29

미국 백악관이 대통령 아들의 미술 작품 판매를 위해 구매자 신원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준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백악관은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을 수립했다”고 자평했지만, 신원을 감추는 대신 투명성을 높여 특혜 시비를 차단해야 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51)은 올가을 뉴욕의 한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판매하기로 했다. 예상 거래가격은 약 7만5천달러(약 8600만원)~50만달러(약 5억7600만원)선. 갤러리 관계자는 조만간 구매 의사를 전한 이들을 만날 예정이다.

갤러리 홈페이지는 작가 프로필에서 헌터를 ‘창조적 예술에 평생을 바친 직업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 평론가들은 헌터의 경력이나 작품 수준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며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름값이 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9일(현지시각)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자녀도 직업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헌터 바이든이 합리적 안전장치 안에서 자신의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음을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사키 대변인은 “미술품 판매와 가격 책정 등 모든 협의는 전문성을 갖춘 갤러리 측에 의해 업계 최고 기준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의심스러운 제안은 갤러리 측에서 바로 거절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갤러리 측이 구매자나 구매 문의자 신원을 헌터와 행정부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 역시 “(바이든 일가가) 이처럼 엄격한 절차에 헌신한다”며 “미국 역사상 어느 행정부보다도 윤리적 기준이 높다”고 주장했다.

일부 윤리 전문가는 백악관의 대처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 감시단체 ‘프로젝트온거번먼트오버사이트(Project On Government Oversight)’의 다니엘 브라이언 대표는 에포크타임스에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품 거래업자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다 맡겨버렸다”고 비판했다.

브라이언 대표는 “대통령 아버지를 둔 아들의 ‘이름값’ 장사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구매자들이 특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이 확신할 수 있도록 완전히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문제 삼을 여지가 적다는 시각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윤리담당관이었던 놈 아이젠(Norm Eisen)은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자녀는 성인이 된 후에 백악관과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이젠은 “다만, 백악관이 그런 전시회를 홍보해줘선 안 된다. 내가 알기로는 백악관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아들의 미술 작품이 고가에 갤러리에 걸리면, 기꺼이 거액을 들여 구매하려는 로비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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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바이든(왼쪽)이 딸을 데리고 아버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국 앤드류스 공군기지 내부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1.3.26. | Olivier Douliery/AFP via Getty Images/연합

지난해 미 재무부는 “미국 시장과 금융시스템 접근이 차단된 외국인이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해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환심을 사려, 헌터의 미술품을 구매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린다.

장남인 보 바이든이 2015년 뇌종양으로 사망하면서 바이든의 유일한 아들로 남은 헌터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문란한 사생활로 눈총을 받고 있다.

헌터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사외 이사로 재직하며 월 5만 달러의 고액 급여를 받았고, 2013년에는 아버지의 중국 방문에 따라가 현지 기업인과 사업 거래로 잇속을 챙겼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헌터가 러시아 및 중국 기업인들과 주고받은 금융거래에 대해 의심스럽다며 바이든 가문과 외국 정부의 관계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핵심 연결고리인 헌터는 정보 유출과 사익 추구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헌터는 자신의 행실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잘못한 일은 없었다며 부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아들을 계속 변호해왔다.

현재 헌터는 세금 사기 혐의로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