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강경파 매카시, 美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선출

한동훈
2023년 01월 8일 오전 8:54 업데이트: 2023년 01월 8일 오전 9:18

요식절차였던 의장선거…160년만에 대접전으로
공화당, 자중지란 빠지며 민주당 비웃음 사기도
매카시, 반대표 던진 의원들 설득…결국 웃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이 당선됐다. 무려 14번의 재투표를 거쳐 15번째 투표로 결정이 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시작된 투표는 7일 자정을 넘겨서야 끝이 났다.

이번 하원의장 선거는 여러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남게 됐다. 우선 하원의장이 재투표로 당선된 것이 1923년 이후 100년 만의 일이다. 15차 투표까지 간 것은 남북전쟁 직전이었던 1959년에 44차 투표 이후 처음이다.

하원의장은 재적의원 435석 중 절반 이상(과반) 득표해야 당선된다. 따라서 다수당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원의장 선거는 이를 확인하는 정도의 요식 절차로 간주됐다.

다만, 이번 선거는 민주당 의원 1명이 개원 전 사망하면서 총 4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기에 당선이 확정되는 매직넘버는 ‘218표’였다.

당초 이번 하원의장 선거는 공화당 원내대표인 매카시 의원의 당선이 유력시됐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총 222석을 가져가면서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2표에 그쳤다.

하지만 첫 투표 때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공화당에서 6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매카시 의원에 반대한 6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당내 강경파로서, 매카시 의원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 강경하고 보수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20여 명의 의원들이 반란 투표를 지속했다.

이후 14번에 걸친 재투표 과정은 매카시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동료들이 반란 투표를 던진 20여 명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는 시간이었다.

민주당에서 하원의장 후보로 나선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시종일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단합된 지지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를 모두 합쳐도 212표에 그쳐 매직넘버인 ‘218표’에 도달하진 못했다.

즉, 공화당은 다수당이지만 단합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단합했지만 과반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결과가 나지 않는 투표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투표에 물고가 트인 것은 12번째 투표에서였다. 반란표를 던진 20명 중 13명이 반란을 포기하면서 전환의 조짐이 보였다.

결국 반란을 주도한 강경 보수파 의원 6명이 14차 투표 이후, 다음 투표 때는 기권으로 빠지기로 합의하면서 길었던 승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 15차 투표 때는 유효투표수가 434표에서 428표로 줄어들면서, 매직넘버도 ‘216명’으로 낮아졌고 매카시 의원의 당선이 확정됐다.

선거 초중반 공화당 내에서 다소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종반으로 갈수록 공화당 내부 분위기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14차 투표 이후에는 ‘한 번만 더 투표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실해지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활발한 대화가 오갔다.

15차 투표가 끝나고 매카시의 하원의장 선출이 확정되자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그를 껴안거나 그와 악수했다. 또한 서로 등을 두드리며 길었던 승부가 승리로 끝난 것을 축하했다.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 역시 동료 하원의원들 힘껏 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은 이날 투표 직후 하원 밖에서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15번의 투표 과정에서 자신에게 반대했던 20명 중 13명에게서 지지를 얻어내고 나머지도 협상을 통해 합의한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선거 초중반 공화당의 자중지란을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봤지만, 매카시 의원이 당내 강경 보수파 의원들에게 양보를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중국 스파이의 미인계에 걸렸다는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 에릭 스왈웰 의원은 “매카시는 당내 강경파들이 공화당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뒀다”며 지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의 승리를 축하하고 “공화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논평했다.

매카시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대중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하원의장에 취임하면 하원에 중국특별위원회 를 구성하고 중국 공안당국의 비밀 경찰서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사는 마크 탭스콧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