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강경’ 英 트러스 새 내각에 中 공산당 반응은 ‘떨떠름’

알렉스 우
2022년 09월 13일 오전 10:32 업데이트: 2022년 09월 13일 오전 11:50

시진핑, 국가 지도자로는 이례적 침묵
중국, 시진핑 아닌 리커창 총리가 축하
중국 관영언론 “경제 때문에 대중 정책 완화될 것”
해외 전문가들은 “트러스, 대중 강경책 유지” 전망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총리가 지난 9일 총리 임명장을 받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각료들을 지명했다.

트러스 총리는 중국 공산당 정권에 강경한 입장이며, 신임 각료 일부도 마찬가지로 대중 강경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은 중국의 수교국이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수교국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 의례적으로 보내는 축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영언론 역시 영국의 새 내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 외무장관 시절이었던 올해 초 두 차례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려고 시도한다면 그 어떠한 시도도 ‘대참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의) 민주국가’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기존 미국과 유럽국가 위주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범위를 넓혀 세계적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나토’ 개념을 제안했다.

총리를 결정짓는 당내 대표 경선기간에는 “중국으로부터의 악한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며 자신이 총리에 취임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연방 국가 간 무역 활성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녀의 중국 공산당 견제는 여기에 거치지 않았다.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자, 트러스 당시 외무장관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영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트러스 총리는 당시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이 지역(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 지도부의 공격적인 행동과 언사를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트러스 총리 내각의 신임 각료 중에는 대중 강경론자인 톰 투겐타트 안보장관도 포함돼 있다.

투겐타트 안보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지난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비판했다가 중국의 제재 대상에 등록된 바 있다.

그는 2020년 보수당 의원 8명과 함께 중국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기 위해 ‘중국연구그룹(CRG)’을 결성하고, 안보장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룹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투겐타트 장관은 외교위 위원장 신분으로 영국 내 중국 화웨이의 5G 기술 및 장비 도입에 반대해 영국 정부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령을 이끌어냈다.

더 나아가 영국의 국가안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를 배경으로 한 중국 유학생의 영국 대학 입학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은폐한 중국 공산당에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영국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투겐다트 장관은 2020년 7월 중국 공산당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시행하자, 영국 정부에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최근에 유엔이 중국 신장 지역 인권보고서를 발표하자 “중국(중국 공산당)의 범죄를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논평을 언론에 기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8월 대만 방문 당시, 하원 외교위원장이었던 투겐타드 장관이 올해 연말 영국 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톰 투겐타트(Tom Tugendhat) 영국 신임 안보장관. 리즈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경쟁을 펼친 바 있다. | Yui Mok/PA

침묵과 회의…중국 정권·매체의 트러스 내각 반응

트러스 총리가 지난 6일 공식 취임하자 세계 각국 정상들은 공식적으로 축하의 뜻을 표했지만, 시진핑 총서기만은 침묵했다.

중국은 다음 날인 7일에야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을 통해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의 취임을 축하한다는 보도를 냈다. 그러나 시진핑이 아니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명의였다.

중국 외교부는 영국에 어떠한 축하 전문도 보내지 않았다. 다만, 국방부 마오닝 대변인이 6일 공식 성명을 통해 “영국과의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방 언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공산주의 중국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영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중국에 대해 한층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며, 중국 공산당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트러스 총리 취임에 관한 논평을 요구받자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공산당과 정부가 침묵하는 반면, 중국 관영언론들은 트러스 장관과 내각을 경멸하는 시각으로 바라봤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매체인 환구시보는 트러스 총리를 ‘급진적 포퓰리스트’라고 부르며 ‘구시대적인 제국주의 정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다른 기사에서 “트러스 총리는 대중국 매파”이며 국제적으로 하락한 인기를 회복하지 않으면 “최단임 총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CCTV는 신임 트러스 영국 총리가 국내외에서 상당한 전방위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자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중국은 영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간단히 말해 영국은 중국과 결별할 자본도 용기도 없다”고 논평했다.

후시진은 트러스 총리가 결국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 “트러스 총리, 대중 강경책 고수할 것”

미국에서 발행하는 중국 반체제 잡지인 ‘베이징의 봄’ 명예 편집장 천웨이전은 지난 6일 에포크타임스에 트러스 총리의 대중 강경론이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천웨이전은 트러스 총리의 보수당 내부 경선 승리의 원동력을 “외무장관 시절부터 중국을 상대로 보인 강경한 태도”와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서방 국가에서도 최근 정당 차원에서 선거 전략으로 대중국 강경책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천웨이전은 “일부 정치인들이 당선된 후 중국에 대해 약간 온건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선거 전략과 실제 외교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트러스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부터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기에 총리 임명 후에도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쑹궈청 연구원은 “트러스 총리는 중국 공산당을 안보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며 대중 강경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쑹궈청은 “이에 따라 중국-영국 간 무역 관계는 점차 약화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경제적 관계를 토대로 각국에 영향력을 확대한 만큼, 향후 국가안보를 우려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에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