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개입 논란 속 주한 中대사 “국가이익 위해 입장 표명 당연”

2021년 07월 26일 오후 5:54 업데이트: 2021년 07월 26일 오후 8:03

외교부, 싱하이밍 대사에 “발언 신중” 재차 당부
전직 고위외교관 “文 정부, 中에 할 말 안 하고 지낸 결과…단호히 대응해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가 최근 불거진 자신의 한국 대선 개입 논란에 대해 “한국에 있는 중국 정부의 대표로서 중국의 국가 이익과 양국 관계 수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지난 20일 싱 대사는 외교부 청사에서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여 차관보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일관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만난 싱하이밍 대사 | 주한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사드 철회’ 주장을 비판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중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싱 대사는 16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중국 레이더 관련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는 등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싱 대사가 내년에 치러지는 한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7일 “정치인에 대한 외교관의 발언이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신중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20일 외교부를 찾은 주한 중국대사에게 재차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싱 대사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우리 외교부를 무시한 처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외교관은 26일 오후 에포크타임스와 통화에서 이 내용과 관련 “한국 정치에 대한 개입”이라며 “야당 대선 후보가 말한 것을 두고 주재국 외교관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엄격하게 따지면 국제법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중국은 홍콩, 위구르 발언만 나오면 과민 반응하고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 대만 문제 거론했다고 내정에 관여하지 말라는 성명까지 냈다. 법을 취사선택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 외교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소위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미국 정부의 압박 정책에 대한 리액션 측면도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 해서 시진핑 총서기의 리더십에 굳은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교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부의 일본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대응이 다르다”며 “일본에 대해서 따끔하게 얘기하듯이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의 주권이나 국제법 원칙에 어긋난 행위를 했을 때는 명백하게 입장 표시를 하는 게 한중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중국에 대해 할 말 안 하고 지내온 것이 쌓여서 결국 이렇게 된 게 아닌가”라며 “외교부도 할말은 하고 명확하게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점잖게, 그러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외교부 측에서도 싱 대사와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중대한 이익 관련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 입장을 제때 밝히는 외국 주재 외교관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 에포크타임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이와 관련한 중국 대사관의 입장을 듣고자 26일 오전 명동에 있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전화 통화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아울러 외교부에도 논평을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사드 문제와 주한 외교관의 언행 등과 관련해 이미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누차 밝혀왔으며 중국 측에도 이를 명확히 전달한 바 있다우리 입장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전화로 답변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