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자기수양 없이 지도자 자리 탐내는 건 죄악” 고(故) 박세일 이사장

제20대 대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⑨

최창근
2022년 03월 3일 오후 7:30 업데이트: 2022년 03월 23일 오전 9:24

에포크타임스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대선 특집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향후 5년의 운명을 판가름할 차기 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비전, 새로운 정부가 수행해야 할 국정과제를 각 분야 전문가의 고언과 해법을 통해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 아홉 번째 순서로 2017년 타계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작 ‘지도자의 길’을 소개합니다. 글을 요약·정리한 최창근은 박세일 이사장이 설립한 한반도선진화재단 연구원으로 일한 인연으로 2019년 ‘경세가 위공 박세일’이라는 일대기(평전)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박세일(1948~2017) 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경세가(經世家)’이다. 사전적 의미로 ‘세상을 다스려 나가는 사람’을 뜻하는 경세가는 학자일 수도 관료일 수도 정치가일 수도 개혁가나 실천가일 수도 있다. 박세일 이사장의 삶은 모두에 해당한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학생 운동의 핵심이었던 박세일 이사장은 일본 도쿄(東京)대를 거쳐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서울대 법대 교수로 강단에 섰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으로 합류하여 ‘세계화’ 개혁에 앞장섰고, 사회복지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시대의 화두였던 노동개혁, 노사화합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방문 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정책경영대학원 초빙석좌교수을 거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서 국가전략을 강의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부설 여의도연구소 소장,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2005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면서 탈당하여 정치 소신에 의하여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첫 사례로 헌정사에 기록됐다. 국회의원 사퇴 후 2006년 민간싱크탱크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창립하여 선진화(先進化) 정책연구와 교육에 매진했다. 이후 통일운동단체 선진통일건국연합을 창립했고, 2012년 중도통합정당 국민생각을 창당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한국교육개혁포럼 회장,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한국법경제학회 회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시민사회계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창립했다.
상훈으로는 한국경제학회 청람상, 황조근정훈장, 국민훈장 모란장, 도산교육상 등이 있다.
2017년 박세일 이사장 사후 진보성향 학자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발독재론에 의존해 온 보수세력에게 새로운 정치적·정책적 상상력을 제공한 ‘숨은 신(神)’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박세일 이사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1982년 강사로서 모교 강단에 선 후 1985년 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했다. | 박태정 제공.

박세일 이사장의 좌우명은 ‘이천하관천하(以天下 觀天下)’이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천하로써 천하를 본다’는 뜻이다. 아호(雅號)는 위공(爲公), ‘예기(禮記)’에 나오는 ‘천하위공(天下爲公·천하는 공공을 위한 것)’이라는 뜻으로 중화민국(中華民國)의 국부(國父) 중산 쑨원(孫文)이 이 자신을 경책(警策)하려 삼은 좌우명이기도 하다.

이천하관천하
천하위공

박세일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이상향으로 ‘부민덕국(富民德國)’을 제시했다. 이는 내적으로는 정신적·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 외적으로는 덕스러운 국가로서 이웃 나라의 존경을 받는 국가를 뜻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민통합·국가발전의 이념으로서 박세일 이사장은 개인의 존엄 창의 자유를 기본으로 삼되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를 중시하는 ‘공동체자유주의(communitarianism·共同體主義)’를 주창했다. 그리고 건국-산업화-민주화-세계화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으로서 ‘선진화’를 제시했다. 더하여 천민자본주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대한 해법으로 선공(先公), 금욕(禁慾)의 선비민주주의, 선비자본주의를 제시하기도 했다.

2015년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여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를 천명하는 박세일 이사장. 그는 사퇴의 변으로 “역사는 현실주의자의 성공이 아닌 이상주의자의 실패에서 발전한다.”고 했다.

‘안민학 서문(安民學 序文)’이라는 부제가 붙은 ‘지도자의 길’은 2017년 1월, 박세일 이사장이 타계하고 난 후 세상에 알려진 유고(遺稿)이다. 200자 원고지 175장 분량의 글은 현대판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연상하게 한다.
박세일 이사장은 글을 쓴 목적으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유학 분야에서 수양학(修養學)에는 발전이 있었으나 경세학(經世學)에는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사화(士禍)를 들었다. 그 결과 조선조 선비들이 남긴 문집들은 대부분 인간 본성과 수양학이 중심이며 국가경영을 주제로 한 것은 적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선시대 선비들은 경세학과 지도자학을 논하는 것을 회피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글로 정리한 선비조차도 자신의 글이 당대나 후세에 전해지지 못한 점도 짚었다.
박세일 이사장은 1945년 해방 후 수입된 서구의 사회과학 중 국가 정책 이론이 한국적 현실에 맞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이론과 실무 사이에 간극(gap)도 존재하는데 간극을 줄이고 이론과 실무를 융합하여 ‘한국적 국가정책학’ ‘한국적 경세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나아가 한국의 정신·사상 자본을 세계로 발신(發信)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때 한반도는 오랜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세계 중심국가, 인류 보편 발전에 기여하는 국가, 세계 모범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지도자의 길’을 통하여 박세일 이사장은 한국 풍토에 적합한 국가 경영 이론의 대강(大綱)을 제시했다.

지도자의 길:안민학 서문

공동체가 발전하려면 지도자가 훌륭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여 훌륭한 지도자 없이 발전하는 공동체는 없다 하겠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질과 수준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발전에는 지도자의 역할과 구성원의 역할이 있습니다. 각각 사명과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그러면 어떠한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가져야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있을까요? 개인 차원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며 지도자로서 어떠한 자질과 능력 덕성을 키우려 노력하여야 할까요? 더하여 사회적 차원에서 어떠한 품성을 지닌 지도자들을 키워 내야 할까요?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것이 ‘안민학(安民學)’ 내지는 ‘경세학(經世學·statecraft)’의 첫 번째 과제라 하겠습니다.

공동체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하여 대한민국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박세일 이사장의 3부작.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창조적 세계화론’ ‘선진통일전략’.

안민학 혹은 경세학이란 ‘어떻게 공동체를 관리·경영하여야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구성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론입니다. 지난날에는 안민학을 제왕학(帝王學)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훌륭한 군주,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공동체 발전을 위해 지도자의 자질 중요
치열한 고민도 자기 수양도 없이 지도자가 되려 하는 것은 죄악

오늘날 대한민국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정치·행정 지도자들이 경세학 내지 지도자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 운영과 정치라는 중대한 책무를 맡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달리 말하여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을 길러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나 지도자의 위치를 탐해서는 안 됩니다. 지도자란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큰 뜻을 세우고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키우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준비가 선행(先行)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많은데 정작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과 덕성을 키우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이 이러하니 지도자가 되고서도 지도자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지도자의 기본 자세와 덕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안민’도 ‘경세’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도자의 길을 가려면 적어도 4가지 능력과 덕목을 갖추어야 합니다. 4가지를 갖추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첫째, ‘애민(愛民)’과 ‘수기(修己)’입니다. 지도자는 애민정신을 가져야 하고 자기 수양에 앞장서야 합니다. 자기 수양의 핵심은 사욕(私慾)과 소아심(小我心)을 줄이는 것이고 공심(公心)과 천하심(天下心·천하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마음)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공심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기본 자질입니다. 애민과 수기 없이는 지도자의 길을 걸을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비전(Vision)’과 ‘방략(方略)’입니다. 지도자는 최소한 세계 흐름과 국정 운영의 대강(大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공동체가 나갈 ‘대(大)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할 ‘대(大)방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안민과 경세의 꿈과 방략을 가지지 않고 치열한 준비도 고민도 없이 경세·안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하여 대단히 무례한 일입니다. 아니 죄악입니다.

셋째, ‘구현(求賢)’과 ‘선청(善聽)’입니다. 안민을 위한 경세를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천하의 현명한 인재들을 많이 구하여야 합니다. 바로 구현입니다. 세상을 경영하는 것은 지도자가 자신만의 두뇌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천하 최고 인재의 두뇌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최고의 인재를 구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하여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이들 인재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이를 선청이라 하겠습니다. 인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옛말에 “군주는 시장에서 나무꾼이 하는 이야기도 헛듣지 말고 선청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애민 수기 비전 방략 구현 선청 후사 회향

넷째는 ‘후사(後史)’와 ‘회향(回向)’입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의 시대가 마무리된 후 다가올 다음 시대를 배려하고 준비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후사입니다. 이는 곧 ‘역사의식(historical consciousness)’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도자는 자기 능력의 한계를 자각해야 하고 다음 세대가 해야 할 일 또한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성공하기 위하여 지금 준비하고 도와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차세대 인재를 키우는 것, 차세대 정책개발을 돕는 것이 모두 후사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은 회향입니다.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국민들과 역사에 회향하여야 합니다. 이 시대 자신이 이룬 공을 함께 노력한 공직자, 국민, 오늘이 있게끔 만든 과거의 역사의 주역들에게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빈 손으로 빈 마음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야 합니다. 아니 표표히 떠나야만 합니다. 이것이 대인(大人)의 풍모이자 지도자의 풍모라 하겠습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와 함께한 박세일 이사장. 같은 시기 미국에서 유학한 인연이 있는 두 학자는 각각 중도보수(박세일)와 중도진보(최장집)을 대표하는 학자로서 사상적 지향점은 달랐지만 서로를 존경하고 배려하는 사이였다. 왼쪽은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애민과 수기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사랑입니다. ‘지도자의 길’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사업의 길이 아닙니다. 공동체를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천하위공(天下爲公·천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의 자세와 구성원에 대한 애민정신(愛民精神)을 가지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국가 경영은 소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것임을 전제해야 하고 여기에는 국민 사랑과 국가 사랑이 있어야만 합니다. 국민 사랑과 국가 사랑보다 자기 사랑이 앞서거나 혹는 자기 가족 사랑, 자기 지역 사랑이 앞선다면 처음부터 국가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도자의 기본 덕목은 자신과 천하를 둘로 보지 않는 마음이자 천하의 이익을 나의 이익으로 보는 마음을 가지는 것인 것입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애국심과 애민정신으로 충만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철저한 자기 수양을 통하여 공심을 확충하고 천하위공의 정신과 애민정신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수기(修己), 즉 자기 수양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수양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며, 왜 지도자에게 특히 수양이 필요하고 중요하며, 어떻게 수양하여야 할까요? 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수양이란 한마디로 사심과 사욕을 줄이고 공심(公心)과 천하심(天下心)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소아(小我)’의 틀을 벗어나 천하와 자연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마음을 가지는 공부입니다. ‘대학(大學)’에서는 이를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품 속에 있는 밝은 덕 즉 공심과 천하심을 밝히는 과정, ‘명명덕(明明德)’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본래 공심과 천하심이 존재하는데 평시에 사욕과 사심으로 가려서 잘 드러나지 않았으나 수양을 통하여 사심과 사욕을 줄여나가면 공심과 천하심 내지는 대아심(大我心)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이치입니다.

수양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나는 올바른 ‘사생관(死生觀)’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죽는 것을 싫어하고 사는 것을 좋아하면 사욕(私慾)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공심과 대아심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명덕(明德) 속에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 중에서 특히 의(義)를 세우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동요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보다 더 소중히하는 가치가 있어야만 천하위공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수양을 통하여 본질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성 속에서 공심을 확충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본성으로서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양심 혹은 명덕이 있습니다. 지도자가 될 사람을 이를 배양하기 위하여 자기 수양을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천하지심(天下之心)’은 ‘백성지심(百姓之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아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일에 임하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백성의 마음과 다른, 사심과 사욕을 기준으로 삼으면 애민과 공심을 갖춘 지도자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지도자는 반드시 애민하고 수기를 하여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도자가 국가비전과 방략(方略)을 바로 세우려면 지도자가 공명정대한 공심과 대아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올바로 읽고 국가가 나갈 대략을 잡으려면 지도자의 마음 자체가 청천백일(靑天白日)처럼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백성을 자기처럼 아끼는 애민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애민과 공심에 기반하여 공동체의 비전과 방략을 짜야 합니다.

지도자의 마음은 청청백일처럼 공명정대해야

또 다른 이유는 올바른 인재를 구할 때에는 개인적인 고려나 선호가 적을수록 좋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인재를 찾아 적절한 ‘자리(位)’를 주고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면 사심이 적어야 합니다. 애민과 공심이 약하고 사심이 많으면 우선 사람을 올바로 볼 수 없게 됩니다. 즉 ‘지인(知人)’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정견(正見)은 무사(無私)에서 나옵니다. 사심이 많아서는 올바른 인재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설사 어진 신하(賢臣)를 구했다 하여도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수 없게 됩니다. 정론(正論)과 사론(邪論)을 분별하여 취사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지도자는 어떻게 수양해야 할까요? 동양 종교·철학에서는 다양한 길을 제시하는데 이를 요약하자면 3단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 ‘고요한 마음(靜心)’을 가지는 것입니다. 우선 마음을 고요히 하여야 사심이 적어지고 공심이 커집니다. 마음이 사심에 흔들려서는 사물이 제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바람 부는 호수에는 달 모양이 물 위에 제대로 비춰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자기 수양의 1단계입니다. 고요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 상태가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 되어야 합니다. 유교에서는 이를 거경(居敬)이라고 하였고 불교에서 사마타, 즉 선정(禪定)이라고 하였습니다.

둘째, 고요한 마음을 가지고 자기 마음의 변화를 관하고 주변 사물의 이치를 살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학’에서 말하는 명덕(明德)을 밝히는 과정입니다. 동시에 마음이 고요하여 천하공심을 가져야 세상 사물의 이치를 제대로 살필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 즉 큰 지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자기 자신의 내면과 밖의 세상에 대한 ‘통찰의 과정(通察智)’을 유교에서는 궁리(窮理) 혹은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하였습니다. 불교에서는 정견(正見) 혹은 지혜(智慧)라고 합니다.

거경 궁리 역행

셋째, 고요한 마음으로 이치를 살펴 얻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지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와 지혜에서 얻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마음을 가지고 매일의 삶 속에서 그리고 역사의 현장 속에서 실천궁행(實踐躬行·알고 깨달으면 이를 스스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유교에서는 역행(力行), 불교에선 정정진(正精進)이라고 합니다. 좀 더 대중적인 표현으로 지행합일(知行合一)이어야만 합니다.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지도자가 행해야 할 3가지 수행을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거경(居敬), 궁리(窮理), 역행(力行)이라 정의했습니다.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하여 한반도 선진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박세일 이사장. 그는 생의 후반부를 한반도 선진화와 통일 운동에 매진했다. | 방송화면 캡처.

비전과 방략

지도자는 공동체가 나아갈 역사적 방향,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와 해결 방식에 대하여 확고한 구상이 있어야 합니다. 백성의 입장에서 천하의 일을 볼 수 있는 ‘이천하관천하(以天下觀天下)’의 마음이 기본입니다. 애민(愛民)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정책 전문성, 달리 말하여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과 국가운영에 전문적 식견을 필요로 합니다.

지도자가 비전과 방략을 세우려면 우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떠한 시대인가’에 대한 판단과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즉 ‘시대정신(Zeitgeist)’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은 어떠한 시대이며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서야 국가 비전과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의문이 풀립니다. 아울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국가조직이 필요하고 어떠한 인재들을 모아 힘을 모아야 하는가 등의 부가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통찰력과 국가 운영을 위한 전문성 필요

시대 구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창업(創業) 시대’ ‘수성(守成) 시대’ ‘경장(更張·개혁) 시대’가 그것입니다. 지도자가 공동체의 비전과 방략을 세우려면 국가 공동체가 창업 단계에 있는지, 수성 단계에 있는지,  아니면 경장(개혁)의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여야 합니다.

창업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혁명 단계입니다. 비유하자면 달려가는 자동차를 멈춰 세우고 엔진과 타이어를 바꾸는 것입니다. 수성은 창업된 역사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단계입니다. 자동차를 세우고 연료를 넣고 기름 칠을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장은 창업된 역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고 부패하고 기득권화된 것을 새롭게 고치고 개혁하는 단계입니다. 달려가는 자동차의 엔진과 타이어를 바꾸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국가공동체가 처해 있는 역사 발전의 단계에 따라 국가비전과 방략이 달라집니다. 국정 어젠다(agenda), 정책, 대(對)국민 설득 정도도 달라지며 무엇보다도 국가의 리더십의 형식과 내용이 달라집니다.

창업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혁명적(革命的) 리더십(revolutionary leadership)’, 즉 기존 체제를 뒤엎는 리더십입니다. 수성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거래적(去來的)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입니다. 이해 집단 간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이익의 교환을 주선하여 현실을 관리하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경장시대에는 ‘개혁적(改革的)·변혁적(變革的)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을 필요로 합니다. 기존체제의 근간은 유지하되 낡은 제도와 관행을 혁파하고 기득권 구조를 재구축하는 리더십이 개혁적·변혁적 리더십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날은 변혁적 리더십 요구

다음은 역사 시대 구분과 관련 없이 어느 국가공동체이든 반드시 풀어야 할 4가지 기본과제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부민(富民)입니다. 관자(管子)는 “국가를 다스리는 길에서 가장 먼저 할 것은 부민이다(汎治國之道 必先富民).”라고 했습니다. 맹자(孟子) 또한 “부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에게 생업을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明君 制民之産).”라고 했습니다. 율곡 이이는 “모든 국민들이 어느 수준의 떳떳한 자산을 가져야 떳떳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생업을 마련해 줄 뿐 아니라 그 생업이 떳떳한 자산을 만들 수 있는 생업이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制民恒産).”고 했습니다. 율곡은 더불어 “그 사회에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두어야 한다. 환과고독(鰥寡孤獨·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노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구휼(救恤)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은 어떻게 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 국민들에게 마땅한 그리고 떳떳한 생업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 대하여 구휼의 방략을 세워야 합니다. 경제 발전 구상 없이 지도자가 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둘째, 흥교(興敎)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교육을 대대적으로 촉진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교육입국(敎育立國)’입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고의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사회적 분업체제 속에서 바람직한 생산적인 생업을 찾도록 하는 일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이 살아가는 도(道)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도자는 흥교, 즉 교육개혁을 고민해야 하고 그 대략의 방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셋째, 기강(紀綱)입니다. 국가에는 기강이 있어야 합니다. 옛 선비들은 기강은 국가의 원기(元氣)라고 하였습니다. 국가가 국가다우려면 반드시 기강이 바로 서야 합니다. 기강이 서려면 두 가지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상벌 없이 그 사회에 기강은 서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유능하고 유덕한 인재가 윗자리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무능·무도한 자가 윗자리에 앉아서는 안 됩니다. 한마디로 정신적·도덕적 리더십 없이 한 국가의 기강은 서지 않습니다.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은 어떻게 하면 공정한 상벌체계를 세우고 현명한 인재들을 국가의 윗자리에 모실 것인지, 그래서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인지에 관해 고민하여야 하고 그에 대한 방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 외치(外治) 즉 국방(國防)과 외교(外交)입니다. 국가·국민 주권을 지키려면 국방이 튼튼하여야 하고 외교가 유능하여야 합니다. 국방과 외교는 국가 독립성·자주성의 기본 전제가 됩니다. 이는 국가공동체 유지와 발전의 필수조건이기도 합니다. 한 국가가 처한 지정학(地政學)·지경학(地經學)적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세계 중심 국가 역할을 수행하게 할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을 반드시 국방·외교 분야 대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지도자에게는 고도의 국제 정세 파악 능력, 국정 운영을 위한 경륜 그리고 개별 국정 과제에 대한 정책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조선조 세종대왕처럼 애민정신을 가지면서도 독서와 사색을 통하여 국정 운영에 관한 전문적 식견에서도 신하들 이상의 탁월한 경륜을 지닌 지도자라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도자는 세부적인 국정 운영 전문성이 부족하며 세계 정세를 파악하는 것에도 한계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도자는 두 가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첫째, 천하의 대략을 통찰하는 안목을 스스로 기르는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둘째, 천하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그들의 경륜과 지혜를 활용하여야 합니다.

국가 운영은 지도자 혼자 못 해
천하의 인재를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지도자는 국정 운영의 세부 사항을 알기도 어렵지만 알 필요도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부민, 흥교, 기강, 외치에 대한 대강(大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식견과 철학과 소신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더하여 지도자가 되기를 꿈꾸는 자는 두 가지를 자문(自問)해야 합니다. 첫째, 나는 왜 정치를 하려 하며 나는 왜 지도자가 되려 하는가. 둘째, 나는 어떠한 정치를 하려 하며 나는 어떠한 지도자가 되려하는가. 내가 세우려는 나라는 어떠한 비전과 전략은 가진 나라인가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얻은 후에야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지도자의 첫째 과제가 자기학습(自己學習)이라면 둘째 과제는 천하 최고 인재를 모으는 일입니다. 천하 최고 인재를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사명입니다.

율곡 이이는 “국정운영은 지도자 단독으로 자신만의 두뇌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두뇌로 하는 것이다(集天下之智 決天下之事).”라고 하였습니다. 천하의 인재를 모으되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여야 하고 반드시 ‘스승 같은 인재’를 모아야 합니다. 맹자(孟子)는 “군주 주변에서 스승 같은 사람, 즉 군주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많이 둔 나라는 발전하고 학생 같은 사람, 즉 군주가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을 신하로 많이 둔 나라는 어렵다.”고도 하였습니다.

박세일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지향점으로 부민덕국을 이를 실현할 이념으로 공동체자유주의를 제시했다.

구현과 선청

구현(求賢), 즉 천하 최고의 인재를 모아 천하의 일을 맡기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최고의 인재인지 아닌지를 식별하는 문제는 역사적으로 ‘지도자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예로부터 군주는 두 가지를 잘 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지인(知人)이고 다른 하나는 안민(安民)입니다. 안민은 백성를 편안하게 해주고자 하는 애민의 마음, 즉 인(仁)의 마음이고 지인은 사람을 바르게 살펴 그 됨됨이를 바로 아는 지(智)의 마음입니다. 사람을 올바로 알고 판단하여야, 우선 지도자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어야 적재적소에 맞게 인재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람을 어떻게 보고 판단할 것인가? 다른 표현으로 ‘지인지법(知人之法)’에 대하여 고대 중국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이 후계자를 선택한 과정은 좋은 참고가 됩니다. 요임금 같은 성인의 지인지법은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상대를 충분히 알면서도 때를 기다리며 심사숙고하였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먼저 의견을 말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청하였습니다. 사람 됨됨이를 공적·사적으로 시험하여 보았습니다.

공자(孔子)는 지인지법을 논하면서 구체적으로 3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첫째, 시(視), 그 사람의 언행을 보는 것입니다. 둘째, 관(觀), 그 사람이 그렇게 행하는 이유를 살피는 것입니다. 셋째, 찰(察), 어떤 때에 편안하게 느끼는지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그 사람의 항심(恒心)을 알 수 있으며 이익을 좋아하는 소인인지 대의를 소중히 하는 군자인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하여 공자는 “모든 사람이 좋아해도 혹은 모든 사람이 싫어해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실제를 잘 살피라.”고도 했습니다.

유학에서는 국가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 밝은 명군(明君)과 현명하고 유능한 현신(賢臣)의 만남을 강조해 왔습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이를 ‘풍운지회(風雲之會)’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국가 운영이 어려움에 직면하는, 달리 말하여 난세(亂世)의 주요 원인은 명군과 현신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명군이 현신을 찾는 데는 도(道)가 있다는 것입니다. 명군은 정성을 다하여 최고의 예의를 갖춰 ‘스승으로서의 현신’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현신이 명군을 모시는 것에도 역시 도가 존재합니다. 도를 가지고 임금을 모신다는 것은 부민덕국(富民德國)을 만드는 원리와 이치에 맞게 국정 운영을 조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군과 현신이 만나면 국가는 부흥

다음으로 지도자는 타인(他人)의 이야기를 잘 듣는 선청(善聽)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도자가 선청을 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자신이 말을 많이 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해서도 안 됩니다. 한비자(韓非子)는 “지도자가 입장을 미리 밝히면 신하들의 의견이 이를 따라 오는 경향이 생긴다. 신하들의 진정한 충언을 들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둘째, 가능한 한 의견을 달리하는 두 가지 이상의 입장을 함께 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이해의 차이에서도 달라지지만 가지고 있는 ‘정보 조합(set)’이 달라서 견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천하의 지혜를 모으려면 다양한 정보 조합을 접해야 합니다. 다른 의견을 동시에 듣는 것이 중요한 선청의 길인 것입니다.

2018년 1월, 박세일 이사장 서거 1주기를 맞이하여 개최된 세미나 ‘안민학 발전을 위한 제언’.

후사와 회향

마지막으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덕목은 후사와 회향입니다. 후사란 자신이 물러난 다음 시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역사의 발전은 연속적입니다. 오늘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역사도 중요합니다. 오늘의 역사뿐 아니라 미래의 역사까지도 성공시켜야 명실공히 천하국가(天下國家), 부민덕국(富民德國)이 될 수 있습니다. 지도자라면 다음에 올 시대를 위하여 두 가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도자는 공은 공동체와 구성원의 몫으로, 과는 자신의 몫으로 돌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표표히 사라져야

첫째, 차세대 인재,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야 합니다. 인재 양성의 노력은 당대에 끝나지 않고 다음 시대와 그다음 세대로 연계될 수 있어야 합니다. 차세대 인재 양성 노력이 현재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다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미리 예측하고 현재의 정책을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하는 것입니다. 인재 양성이든 정책 개발이든 멀리 보고 현시대만이 아니라 다음 시대까지를 배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역사의식’이라 하겠습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지도자는 천하에 이익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만고(萬古)에 이익을 주어야 합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날 지도자들 중에는 다가올 역사를 외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국가운영의 시간적·공간적 지평(horizon)이 너무 짧습니다. 더하여 요구되는 것은 회향(回向)입니다. 지도자는 자신이 성취한 국가발전과 안민의 공(功)과 명예를 자신이 가져서는 안 됩니다. 구성원과 국민들에게 돌려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성취와 그 영광을 국민과 역사에 돌리고 실패와 반성의 책임은 자신만이 가지고 가야 합니다. 지도자는 일이 끝나면 빈손으로 가야 합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야 한다. 이것이 역사의식이고 진정한 애민정신이고 천하위공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