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트럼프에게 질문받자 중국 정부와의 관련성 숨긴 기자에 벌금형 검토

류지윤
2020년 04월 20일 오전 11:50 업데이트: 2020년 04월 21일 오후 3:41

(타이베이=에포크타임스) 류지윤 통신원 = 중국 관영매체에 소속돼 백악관에 출입한 대만 출신 기자가 대만 정부로부터 거액의 벌금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중화민국(대만)의 대중관계 전담부서인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상하이 둥팡(東方)위성TV 워싱턴 주재원인 장징이(張經義) 기자가 ‘양안 인민관계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장징이 기자는 지난 8일 미국 백악관 방역 대책 브리핑에서 신분을 감춰 중화권에서 물의를 빚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서 왔냐”고 질문하자 장 기자는 “대만에서 왔다”며 출생지로 답했다. 둥팡위성TV라는 중국 언론사 명칭 언급을 피한 것이다.

대만의 ‘양안 인민관계법’ 제33조 2항에 따르면 대만인은 중국의 정당, 군사 및 정치 기관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을 수 없다. 위반자는 50만 대만 달러(약 2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979년 대만 출생인 장징이 기자는 타이베이 국립정치대학에서 언론학과 아랍학 학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뒤 뉴욕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0년 홍콩 봉황TV 워싱턴 주재 기자로 파견됐다. 이후 2014년 7월 상하이 둥팡위성TV로 소속을 옮겼다.

장징이 기자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에 약 3만23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백악관에 진출한 중국 언론사 기자로 중국 관영매체 펑파이가 집중 조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를 ‘차이나(china)’ 수정한 발표원고 사진을 웨이보에 올리고 “다른 나라에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인들은 사람들을 소름 돋게 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17일 트위터에 “차이나 바이러스”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미군이 중국이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장징이 기자의 신분 은폐가 문제가 된 건 소속 언론사인 둥팡위성TV의 모기업 상하이 미디어 그룹이 중국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미디어 그룹은 미국 정부에 의해 중국 정권의 통제를 받는다는 의혹을 오래전부터 받고 있었다.

미국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지난 2005년 10월 상하이 미디어 그룹 등 언론사가 상하이 선전부의 언론검열과 정권선전에 협력한다고 지적하고 이후 계속 모니터링해왔다.

대만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피티티(PTT)의 이용자들은 “장징이 기자의 대만 시민권 취소를 요구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급여를 받으니 ‘반(反)침투법’에 따라 조사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의 반침투법은 ‘외부 적대 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 기부금 등을 받은 자가 공공질서를 유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기 위한 마련된 법으로 지난해 12월 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