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 총통, 지방선거 패배에 당 대표직 사퇴

강우찬
2022년 11월 27일 오후 2:34 업데이트: 2022년 11월 27일 오후 2:48

남은 임기 동안 총통직은 계속 수행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주석)직 퇴임을 선언했다.

차이 총통은 총 21개 현·시장 선거가 치러진 26일 오후 선거 결과가 나오자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며 “이번 결과에 직면해 깊이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주석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집권 민진당은 이날 총 21개 현·시장을 뽑은 지방선거에서 5곳 승리에 그치며 13곳에서 이긴 제1야당 국민당에 크게 패했다. 남은 3곳은 제2야당인 민중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돌아갔다.

당 주석직을 사임했지만 차이 총통은 2024년 초까지 남은 임기는 계속 총통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녀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민진당은 실패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슬퍼할 시간이 없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고개를 들고 미래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하면서 차이잉원 정부는 남은 집권 기간 정국 운영에 큰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대만 중간선거에서 민진당은 6개 직할시 가운데 제2 도시인 가오슝과 타이난 등 2곳에서만 승리했다. 반면 국민당은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4곳을 가져갔다.

총 15개 현에서도 민진당은 3곳에서만 이기는 데 그쳤다. 9곳은 국민당 소속 후보가 승리했고 제2야당인 민중당 후보가 1곳, 무소속 후보 2명이 각각 한 곳에서 당선됐다.

이번 중간선거는 중국의 침공 위협, 중부 타이중의 대기오염 문제, 타이베이의 교통 혼잡, 코로나19 백신 구매 전략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은 역사적으로 대만을 한 번도 지배한 적이 없으나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보 등 현지 언론들은 민진당 후보들은 중국에 위협에 맞서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정당이라는 점을 주장했지만, 상대적으로 각 지역 현안과 민생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는 초대 총통 장제스의 증손자이자 국민당 소속인 장완안이 당선되며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올해 43세다.

민진당 후보였던 천스중 전 보건부 장관은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밝히며 장완안 당선인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장완안 당선인에게 좋은 시정을 펼쳐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도 “함께 타이베이 행정을 최대한 지원하자”고 당부했다.

대승을 거둔 국민당의 주리룬 주석은 유권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내며 “국민당은 계속해서 중화민국(대만의 정식 국호)과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이번 대만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민진당이 패하고 차이 총통이 사임했다는 사임 소식을 전하며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거둔 결과는 차이잉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선거에 대한 외신의 논평 요청에 침묵을 지키며 답하지 않았다.

민진당의 패배로 끝나긴 했지만, 이번 선거는 차이 총통이 취임 후 첫 지방선거였던 2018년 11월 지방선거와 결과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선거에서도 여당인 민진당은 6곳 승리에 그쳤고 야당인 국민당이 15곳을 가져갔다.

2년 뒤, 차이 총통은 민진당의 열세 속에서도 2020년 1월 열린 총통 선거에 도전, 역대 최다 득표(득표율 57%)의 압도적 승리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정국은 차기 대선인 2024년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이 2020년의 대역전극을 다시 한번 펼쳐낼 수 있을 것인지, 국민당이 이를 저지하고 정권을 되찾을 것인지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