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부총통 차기 총통 후보로 사실상 확정

최창근
2023년 03월 24일 오후 1:1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9

내년 1월 13일 치러질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앞둔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총통 후보를 사실상 확정했다.

3월 23일, ‘자유시보’ 등 대만 매체들은 라이칭더(賴清德) 현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을 차기 총통 선거 후보로 지명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진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상무위원회는 3월 22일, 차기 총통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단독으로 입후보한 라이칭더 주석이 자격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민진당은 단독 후보자 등록으로 인해 경선 과정을 생략하고, 예정대로 4월 12일 라이칭더 주석을 총통 후보로 정식 지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총통 후보 경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高雄) 시장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경선 자체가 필요 없어졌다.

대만 매체들은 집권 민진당 내 계파 간 ‘교통정리’를 통해 이미 라이칭더 주석을 차기 여권 후보로 확정했고, 내달로 예정된 지명 일정은 요식행위라고 해설했다.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라이칭더 주석 측은 대선 캠프 가동을 위한 작업에 이미 나섰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직 개편도 필요한 수순이라고 ‘자유시보’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민진당 관계자는 “라이칭더 주석이 총통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했으나 본격적인 선거전 활동은 지명이 끝난 후에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향후 차기 대선의 중점은 양안(兩岸)관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민생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민생 문제가 꼽히기 때문이다.

향후 민진당 내 단합도 관건으로 꼽힌다. 민진당 내 계파는 ▲신조류계(新潮流系) ▲정상국가촉진회(正常國家促進會) ▲영파(英派) ▲용언회(湧言會) 등으로 나눠진다.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는 신조류계 대표 인사로는 라이칭더 현 주석이 꼽힌다. 영파는 차이잉원(蔡英文) 직계로 천치마이 가오슝 시장 등이 속해 있다. 정상국회촉진회는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 린자룽(林佳龍) 총통부 비서장 등이 주축이다. 용언회는 천수이볜 정부 행정원장을 지낸 민진당 원로 셰창팅(謝長廷) 주일본 대만 대표의 계파로 분류된다.

라이칭더 주석은 양안관계 등 민감한 현안 문제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다른 목소리를 내 왔다. 다만 근래 들어 ‘1992컨센서스(92共識)’ 반대를 천명하는 등 차이잉원 총통의 주장에 동참하면서 당내 지지세 규합을 위해 애쓰는 형국이다.

1992컨센서스 1992년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관계에 대한 ‘공동인식’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그 해석은 각자 편의대로(본토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대만에서는 ‘중화민국’)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1992컨센서스를 두고 국민당과 민진당은 상반된 입장이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며 중국과 다른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은 “민의가 반영된 합의가 아니었다.”며 합의 자체를 부정한다.

집권 여당 차기 총통 선거 후보자가 확정됨에 따라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도 후보 선정 원칙을 마련했다. 국민당 중앙상무위원회는 3월 22일 중앙상무위원 35인 만장일치로 ‘차출’ 형태로 차기 총통 후보를 지명하기로 했다. 경선으로 인한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적합한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연합보’는 국민당의 결정은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新北) 시장,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했다.

직업 경찰관 출신으로 내정부 경정서(警政署) 서장(경찰청장 해당), 신베이 부시장을 거쳐 시장에 당선된 허우유이 시장은 2020년 대선에 나섰다 낙선하고 시정(市政)을 방기했다는 이유로 주민소환(파면)된 한궈위(韓國瑜) 전 가오슝 시장의 선례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국민당 당내 총통 경선 후보에 나섰던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주는 경선에서 한궈위에게 패배한 후 무소속 출마를 위해 탈당했다 최근 복당을 요청하여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대만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은 현직을 유지한 체 총통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주리룬( 朱立倫) 현 국민당 주석은 2016년, 한궈위는 2020년 총통 선거에 각각 신베이시, 가오슝시 시장직을 유지한 체 총통 선거에 나섰으나 모두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