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 애플OEM업체 창업자 기소…“기밀 유출”

강우찬
2022년 09월 6일 오전 7:17 업데이트: 2022년 09월 6일 오전 8:37

홍콩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대만 기업 몰래 인수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전자 관련 첨단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중국 기업주가 대만 기업을 몰래 인수해 기업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대만 검찰당국은 최근 중국의 전자기기 수탁제조 서비스(EMS) 업체인 ‘리쉰정밀(立訊精密·럭스셰어)’ 창업자 왕라이춘을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왕씨는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대만 전자부품 기업 쉬안더(宣德·스피드테크) 주식을 비밀리에 취득했다.

중국 기업들은 대만에서 비즈니스를 할 경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인민관계조례’ 등에 따라 대만 규제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왕씨는 이러한 심사를 피하기 위해 홍콩 소재 기업을 통해 우회 투자했다는 게 대만 검찰의 설명이다.

리쉰정밀은 애플의 아이폰과 에어팟 등을 제조하는 중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다. 중국 최초의 애플 OEM기업으로 ‘작은 폭스콘’으로 불린다.

이 회사는 2004년에 설립돼 중국 ‘기술허브’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창업자 왕라이춘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의 걸출한 여성 기업인 톱5에 선정된 바 있다.

대만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중국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대만 기술 탈취 혐의에 관해 조사해왔다.

또한 지난달 리쉰정밀 직원 14명을 대만의 기업비밀 탈취와 대만 기업담당자 매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대만의 경쟁 업체인 커성(可成·캐처테크) 연구개발팀 인력에게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고 기업비밀을 빼돌려 이 회사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대만 검찰은 밝혔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등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기업들은 최신 기술을 입수하기 위해 대만 기술자들에게 기존보다 2~3배 높은 급여를 제시하며 스카우트하고 있다.

대만은 기술인력의 중국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

대만 입법원(국회)은 지난 5월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간첩죄를 신설하고 반도체 등 핵심기술을 빼돌리는 혐의에 최고 12년의 징역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양안 인민관계 조례’도 개정해 대만 핵심기술 관련자들이 중국을 방문하거나 중국 기업에 취업할 경우 심사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대만인이 중국 기업이나 투자자에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도 금지됐다. 제삼자를 가장해 대만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홍콩 기업을 통해 대만 기업을 사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