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주일미군-자위대 공동작전… 주한미군은?

최창근
2021년 12월 29일 오후 2:31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전 11:35

대만 유사시 주일미군, 자위대 공동 작전 계획 초안 마련
미 해병대는 난세이제도에 군사 거점 마련, 일본은 후방지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 재부각

미국과 일본이 대만 유사(有事)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를 투입하여 공동 작전을 펼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속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금 부각됐다.  한국은 일본, 독일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이다.

12월 23일, 교도(共同)통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일본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 “미국과 일본 양국이 내년 1월 7일, 예정된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대만 유사시 공동 작전 계획’을 확정하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작성한 작전 계획 초안은 중국의 대만 도서(島嶼) 점령, 대만해협에서 국지전 발발 등 유사시 ‘초기 단계’에서 미국 해군 해병대가 일본 남단 규슈(九州)에서 대만으로 이어지는 해상로에 자리한 난세이(南西)제도에 임시 공격용 군사 거점을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해병대는 유사시 중국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군사 거점 도서를 바꾸어 가며 공격에 임하도록 작전계획에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육·해·공 자위대는 수송, 탄약 제공, 연료 보급 등 후방 지원 임무에 투입된다.

난세이제도는 일본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에 이르는 약 1200㎞에 걸쳐 있는 섬들을 지칭한다. 오스미(大隅)제도, 도카라(吐喝喇)열도, 아마미(奄美)군도, 오키나와(沖縄)제도, 미야코(宮古)열도, 야에야마(八重山)열도, 다이토(大東)제도, 센카쿠(尖閣)열도가 포함된다. 이 중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문제는 난세이제도가 중국이 설정한 ‘도련(島鍊· Island Chain)’과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도련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나뉜다. 제1도련은 일본열도-난세이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제2도련은 중국 연안에서 2000km 거리인 오가사와라제도-이오지마제도-마리아나제도-괌-팔라우제도-할마헤라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략 목표는 제1도련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도련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이 도련 전략에서 가장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은 센카쿠열도를 비롯한 난세이제도 남서쪽에 있는 섬들이다.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 하려면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150km,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300km 떨어진 센카쿠열도를 비롯해 난세이제도의 남쪽 섬들을 지나가야 한다.

일본은 2019년 가고시마현 아마미군도, 오키나와현 미야코열도에 경비부대 및 미사일 부대를 배치했다. 이시가키(石垣)섬에도 미사일 부대 추가 배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난세이제도는 중일 간 군사 충돌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작전계획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일본이 2002년 ‘작계 5055’를 통해 한반도 유사시에 대응하는 계획을 논의했는데 이번에는 대만 유사시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일 양국은 지난 4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이후 양국은 대만 유사시 공동 대응 계획 마련을 위한 협의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대만 위협이 늘어나자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서 벗어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은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만 유사시 대비 작전 계획 수립 등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다른 문제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문제이다.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정부 측의 설명에 따르면 한·미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군은 전략적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역외 활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미·중 간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는 지역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이어 이달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도 대만 문제가 처음으로 명시되는 등 대만 문제에 주한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2+2)회의 참석차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도전”에 한미동맹이 대응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역할 확대를 시사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활동 범위와 관련해서는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그는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와 관련해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한미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바깥) 긴급 상황과 역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옵션(options)을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 내가 인준을 받으면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 상황과 작전 계획에서 주한미군 병력과 능력을 포함하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말 ‘해외주둔 미군 배치 재검토(GPR)’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중국의 잠재적 군사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동맹·우방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12월 24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간 작계에서도 중국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여 미일 간 작계 논의와의 연관성이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