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대만 육군기지에 미군 주둔 확인”…중국은 침묵

2021년 05월 23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1년 05월 23일 오후 5:35

미군이 대만의 육군 기지에 훈련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실상 주둔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만 내 친중 단체가 해당 지역 부근에서 미군 철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육군 안보지원여단(SFAB)은 대만 북서부 신주(新竹) 후커우(湖口) 지역에 설치된 ‘육군부대훈련 북구통합평가센터’에 머물면서 대만 육군을 대상으로 전술훈련과 평가를 실시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6일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충돌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미 육군이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소규모 부대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며 “대만을 중심으로 섬과 섬을 오가는 기동작전을 위해 미사일 발사 차량을 배치해 중공군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연합보는 “육군부대훈련 북구통합평가센터 소속 사병이 지난 4월 페이스북에 ‘미군 주둔으로 취사업무가 늘어나 오후 휴식 시간이 사라졌다’는 글을 올렸다”며 미군이 대만에 주둔하고 있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미군이 언제부터, 어떤 규모로 대만에 머물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신문은 익명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대규모 미 안보지원여단 장병들이 대만의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북구통합평가센터에 주둔했다”며 이들은 전투병력이 아니라 대만 육군 훈련을 지도하는 군사 자문 역할이라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 지도부와 관영매체는 이번 소식에 대해 이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维)신문은 18일 “미군의 이번 행보는 ‘하나의 중국’ 마지노선을 무너뜨린 것이지만 아직 레드라인을 완전히 넘은 것은 아니다”라는 한 군사 전문가 논평을 게재했다.

대만 내 친중단체 ‘전국민바차이총본부’(全民拔菜總部) 소속 시위대는 20일 후커우 기지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열고 “미군은 대만에서 나가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양안 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할 일이며, 미국은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 ‘바이러스를 핑계로 한 독립모의 반대’ 등의 현수막을 들고 미군과 차이잉원 정부를 비난했다.

전국민바차이총본부는 지난 2016년 설립된 반 차이잉원 단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성명 첫 글자와 발음이 같은 단어 ‘차이(菜·풀)’를 사용해 ‘차이잉원을 뿌리뽑겠다(拔)’는 뜻을 담고 있다.

한편, 대만 육군 사령부는 미군이 언제까지 주둔하는지, 올해 7월로 예정된 ‘한광(漢光)훈련’에 참여하는지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훈련은 대만이 중국의 무력 침공에 대비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합동군사훈련이다. 지난 2019년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전투복에 전투화를 착용하고 훈련을 참관했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