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설학원, 민간예비군 300만 양성…반도체 대부 거액 쾌척

차이나뉴스팀
2023년 04월 9일 오후 3:0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3:47

공산주의 중국의 침략 위협에 연일 시달리는 대만에서 민간예비군 300만 명을 양성하는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훈련 자금도 대만 반도체 대부가 기부한 260억원 등으로 마련했다.

대만의 사설 예비군 훈련기관인 ‘헤이슝(黑熊·흑곰)학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민간예비군 300만 훈련 프로젝트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시 상황을 가정한 6개 시나리오에 따라 지원자들을 8개 팀으로 편성해 경계, 방어, 시민 대피, 부상자 치료 및 이송, 비상 통신 등을 모의 훈련했다.

흑곰학원은 지난 2021년 타이베이대 범죄학 연구소 선보양 교수와 대만 전략학자 허청후이 대만안보협회 사무차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민간 군사 훈련기관이다.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 위협이 높아지면서 주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자기 방어능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설립됐다.

허청후이(何澄輝) 흑곰학원 원장은 에포크타임스에 “대만의 저항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민 방위’ 개념을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학원 홈페이지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군사 위협에 맞서 전쟁 의식과 방위 자신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대만 흑곰학원 공동 설립자 허징후이(何澄輝·우)와 선보양(沈伯洋). | 에포크타임스

대만은 18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군 의무복무를 시행하는 징병제 국가로 내년부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늘렸지만, 현행 복무기간은 4개월로 짧다. 정식명칭이 ‘중화민국 국군’인 대만군은 약 17만 명으로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중공군) 225만 명에 비하면 10분의 1 미만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징집병은 실질적인 군사훈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미 CNN은 4개월 군복무를 마친 대만 청년 6명을 인터뷰해, 징집병을 대상으로 한 대만의 군사훈련이 구식 총검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사격이나 포격 실습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만 인구 2350만 명을 감안하면 최소 200만 명 규모의 예비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흑곰학원은 이러한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300만 명에게 향후 3년간 기초 군사훈련, 응급구조·무인기(드론)조종·라디오통신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해 국방의 기틀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는 대기업 창업주도 거들고 나섰다. 대만 2위 반도체 기업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의 차오싱청(曹興誠)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흑곰학원에 30억 대만달러(약 13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 공산당이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개시한 직후였다. 이 중 6억 대만달러가 예비군 300만 명 양성에 투입된다.

차오 전 회장은 이와 별도로 2~3년 내에 민간 저격수 30만 명을 배출하고 군용 드론 100만 대를 생산해 대만의 방위 능력에 기여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관련 기자회견에 방탄조끼를 입고 참석했으며, 이후 중국 공산당을 향해 “재물을 탐하는 자는 유혹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는 위협하는 방식”으로 대만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혹과 위협을 병행하는 중국 공산당의 압력에 결연한 의지로 맞서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흑곰학원이라는 명칭은 아시아흑곰에서 따왔다. 몸 전체가 검은색이지만, 가슴에 초승달 모양의 흰 털이 나 있어 ‘반달가슴곰’으로도 불리는 아시아흑곰은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며 대만에서도 마스코트로 사랑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판다 대항마’로도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