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문 한국 국회의원단에 주한중국대사관 강력 항의

조경태 "남의 나라 의원 외교에 시건방진 태도 멈추라"

최창근
2023년 01월 6일 오후 4:31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18

중국 정부가 한국 국회의원 대표단의 대만 방문에 강력 항의했다.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로서 ‘독립헌법기관’ 지위를 가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주권 침해라는 평가도 나온다.

1월 5일, 주한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지난해 12월 한국 국회의원 대표단의 대만 방문과 관련하여 “결연한 반대와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 이미 한국 측에 엄정한 항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는 “한국 의원단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한중 수교 공동 성명의 정신에 심각하게 위배되고 중한 우호 관계의 발전에 배치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측이 이번 사건의 위해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악영향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적시에 취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한 수교 공동 성명의 정신을 성실히 지키면서 대만 지역과 어떠한 형태로든 공식적인 교류를 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중한관계의 전체 국면을 수호할 것을 엄숙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한중국대사관 측이 언급한 1992년 한중수교 공동성명 3항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두고 주한중국대사관은 “이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엄숙한 약속이며 한중 수교와 양국 관계 발전의 정치적 기반이다.”라고 항변했다. 또 “한국 국회 부의장은 한국 정부의 대외적 약속을 마땅히 인지해야 하며 이번 대만 지역 무단 방문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대만독립’ 세력에 심각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중한 우호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하며 위험성이 매우 높아 중한관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게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투 트랙’으로 한국 측에 항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한국 외교부, 국회 측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 외교부 차원에서도 한국 정부 측에 항의를 표시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1월 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회의원의 개별 활동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언급할 사항이 없다.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중국 측도 이런 우리 입장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대만 외교부는 2022년 12월 31일 성명을 통해 “한국 국회의원 대표단과 조경태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대만을 방문했다. 이들은 차이잉원 총통과 여우시쿤 입법원장(국회의장)을 만났고, 행정원대륙위원회(통일부 해당)를 찾아 대만해협의 긴장과 남북한 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국 국회의원 대표단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 브리핑했다. 또한 “한국 국회의원단이 구체적 행동으로 대만 지지를 표명하고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조경태 의원(국민의힘)은 “내정 간섭을 멈추라.”고 일갈했다. 그는 1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한 ‘중국은 한국의 의원외교에 대한 시건방진 태도를 멈추어라!! 차라리 북핵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에 진력하라’ 제목의 글에서 “최근 나는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 자격으로 정우택 국회부의장,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한국 국회의원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차이잉원 총통, 유시쿤 입법원장 등을 만났고, 대륙위원회를 방문해 대만해협의 긴장과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가 알듯이 한국과 대만은 유사한 점이 많다. 비슷한 역사적 고통을 받으면서도 세계가 놀랄 만큼 경제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가꾸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만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요구하는 미중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 아닌가? 이러한 때 우리의 의원외교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은 “결연한 반대와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고 입장문을 냈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도 한국 외교부와 국회 측에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한다. 중국의 이 행동은 정상 국가의 행동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내정 간섭이다. 중국은 자격도 권한도 책임도 없는 행동을 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망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 중국은 남의 나라 의원외교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 차라리 북핵문제나 꼭 해결하라. 평화정착에 대해서나 전념하라.”고 밝혔다.

싱하이밍 대사 체제하에서 주한 중국대사관의 이 같은 반응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 대사 부임 전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1992∼95년, 2003∼2006년, 2008∼2011년 세 차례 근무했던 싱하이밍은 고압적인 언사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2004년 5월, ‘대만 독립론자’인 당시 천수이볜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 의사를 밝힌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압적으로 불참을 종용한 적도 있다.

2010년 5월,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자 공사참사관으로 배석했던 싱하이밍은 한국어로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