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문 예정 펠로시, 中 공산당 위협에도 “지지표명 중요”

강우찬
2022년 07월 26일 오전 8:07 업데이트: 2022년 07월 26일 오전 11:50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 공산당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중국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대만 방문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1일 대만 방문 여부와 관련해 “나는 여행 계획에 관해 말한 적이 없다”며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자세한 (대만 방문) 계획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대만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중 누구도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 없다. 대만의 운명은 대만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지지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연대일 뿐 독립을 부추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자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대만 독립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펠로시 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다음 달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대만 방문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했었다.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1997년 이후 25년 만이다.

FT 보도가 나오고 다음 날인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군 관계자를 인용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군은 지금이 좋은 때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이나 자신의 견해가 아니라 ‘군’을 인용한 것은 중국 측에서 군사적 경고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오 대변인은 ‘군사적 대응’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국은 주권을 보여주기 위해 대만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거나 인민해방군 군용기를 보내 맞아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와 관련,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은 21일 대만 타이베이 방문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미국 정부 관리의 출장 일정에 간섭할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스퍼 전 장관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고 중국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우리가 걱정하는 것 자체가 대중국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자오 대변인은 또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가 ‘중국 공산당이 과거 다른 사례 때보다 더 엄중한 경고를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하자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군사적 대응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FT의 추가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진 않았지만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에 여러 차례 결연한 반대와 엄중한 우려, 엄정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인 펠로시 의장으로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중국을 향해 강경한 자세를 취할 정치적 이유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만 담강대학 외교국제관계학과 청친모 교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국 선거에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 교수는 “현재 미국은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하다”며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대만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전략개발연구소의 쑤쯔윈 소장 역시 “국제사회에서 독재정권에 대한 반발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민주당이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간선거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쑤 소장은 “다만, 중국은 10월 말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 짓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대만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부담을 느낀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일정을 조율해 대만 방문을 20차 당대회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실과 미 백악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응답받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