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업들, 제로코로나·군사긴장에 중국 이탈 가속”

강우찬
2022년 11월 20일 오후 4:19 업데이트: 2022년 11월 20일 오후 4:19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사업 부문을 타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싱크탱크 조사에서 밝혀졌다.

중국 공산당의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와 대만과의 긴장 고조에 대만 기업들이 리스크를 분산시켜 생존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대만 기업 525곳을 대상으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전인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만 기업의 25.7%가 이미 생산 및 조달의 일부를 다른 나라로 옮겼고 33.2%의 기업이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전 예정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1.1%였다.

기업들은 이전하기로 한 이유로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에 따른 우려”와 “군사 충돌 위험”을 꼽았다.

미중 갈등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미중 관계에서 어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38.7%로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50.5%)보다 적었지만, CSIS는 “기업들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 대상지는 동남아시아(63.1%)와 대만(51.3%)이 선호됐고 이어 일본·한국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19.5% 였다(복수응답).

동남아시아 선호도가 높은 배경에는 대만의 ‘신남향정책’ 추진과 더불어 업계 특성도 작용하고 있다. 신남향정책은 대만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 남아시아와의 협력을 증대하는 정책으로, 2016년 9월부터 공식 개시됐다.

대만 중앙연구원의 린종훙(林宗弘) 연구원은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전한 기업의 상당수가 노동집약형 분야로 저임금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비율은 적지만 대만 기업이 공장을 대만에서 타국으로 이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13.0%의 기업이 “이미 일부 사업을 대만에서 이전했다”고 답했고, 20.8%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전 대상지는 동남아시아(67.8%)가 가장 많았고 일본·한국은 29.4%였다.

CSIS는 “이번 조사 결과는 대만이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면서 역내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 당국에 정책과 행동을 고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 기업들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포함한 여러 지역협정 참여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